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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반려동물 버리지 않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등록 2014-09-30 16:24

메이휴 직원들은 매일 보호소의 개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사람과 함께 산책하는 법을 알려주고 뛰노는 장면을 누리집에 올려 입양을 독려하기도 한다.
메이휴 직원들은 매일 보호소의 개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사람과 함께 산책하는 법을 알려주고 뛰노는 장면을 누리집에 올려 입양을 독려하기도 한다.
[HERI리뷰] 영국 동물복지 현장을 가다
영국에서 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년간 발생한 유기견은 11만마리에 이른다. 수 자체로 보면 적잖은 규모이지만, 영국 전체 반려견 850만마리에 비하면 유기견 발생 비율은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놀라운 건 이 가운데 주인에게 돌아가는 유기견의 비율이 48%에 이른다는 점이다. 또 많은 유기견이 지자체에서 바로 입양되거나, 민간 동물복지단체를 통해 입양자를 찾는다. “2016년까지 마이크로칩을 통한 동물등록제를 의무화하겠다”고 공표한 영국 정부와 민간 동물복지단체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한 해 9만7000여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주인에게 되돌아가는 유기동물은 10%에 불과하다. 애견숍이 늘어나고,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역시 늘어났다. 동물이 충동적이고 일회적인 소비사회의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사단법인 씨즈가 주관하고 한화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후원하는 청년창업 지원 사업 ‘2014 씨커스(SEEKER:S)─청년, 세계에서 길을 찾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우리동생)이 영국의 대표적인 민간 동물복지단체 ‘메이휴 동물의 집’과 왕립동물보호협회를 찾았다.

128년 역사의 ‘메이휴 동물의 집’

메이휴 동물의 집(The Mayhew Animal Home)은 128년 전인 1886년부터 영국 런던 켄설그린에 터를 잡고, 커뮤니티 기반 동물복지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해왔다. 정부 지원 없이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민간 동물복지단체의 하나로서 방치되는 개와 고양이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이 적정한 보살핌을 받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이휴 동물의 집 캐럴라인 예이츠 원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동물들이 더 이상 유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보호소나 우리에서 동물들이 살게 하지 않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동물복지를 해결하기보다는 지역 커뮤니티들과 연결하고 협력하면서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상황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어떻게 반려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역주민 대상 반려문화 교육은 메이휴 프로그램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경험이 많은 사무관들이 학교에 직접 가서 교육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직접 방문해 교육받기도 한다. 작은 동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개와 고양이의 특정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주는 등 동물을 배려하고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지역 애견가게들을 방문해 무조건적으로 판매하기보다는 적절한 환경 속에서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는 사람에게 팔 수 있도록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휴의 동물복지관팀 책임자 조이는 “영국에서 애견업자들이 직접 동물들을 교배·번식시켜 판매하는 일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은 것은 여전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역 상담센터와 연계해 동물을 혐오하거나 트라우마 때문에 공포감이 있는 사람들이 치유받을 수 있는 일대일 세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작은 강아지와 노는 프로그램도 있고,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동물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고, 길에서 만날 때나 반려동물이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 동물병원에선 무직이거나 65살 이상, 다른 이유로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는 등 돈을 지불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반려인에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주민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는 ‘중성화 수술, 반려동물 등록을 위한 마이크로칩, 백신, 구충’에 한해 무료 혹은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자율적인 기부를 권하기도 한다.

치유하는 발바닥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테라포스’(Therapaws)는 자원봉사자가 새끼 고양이와 개를 데리고 지역 노인돌봄센터 등을 방문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감각들이 퇴화했지만 동물과 어울리며 마지막 남은 감각을 되살리고, 어떤 이들은 잃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인 위안을 받고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시간이다.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며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지역 공동체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오래된 민간동물보호단체 ‘RSPCA’

왕립동물보호협회(RSPCA)는 1824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동물보호단체다. 2024년이 되면 무려 200주년을 맞는다. 애초 이름은 ‘SPCA’(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동물학대예방협회)였으나,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1840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왕립’(Royal)이라는 호칭을 받아 ‘RSPCA’로 개명했다. 2013년 기준으로 풀타임 근무자만 1461명에 이르고, 전국 170여개 지부와 함께 영국동물보호법 집행을 맡는 행정 부문을 담당할 정도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단체이다. 2013년 한 해 15만3770건의 동물학대 사건을 조사해 3691건을 기소했으며 24만5590마리의 동물을 구조하고, 5만5323마리를 입양시켰다.

‘가능한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모든 동물에 대한 학대를 예방하고, 친절을 도모하고 고통을 줄이는 것’이 이 단체의 활동 목표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에서 각종 동물복지 상황을 조사하고 동물보호법을 집행하고 있다.

협회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농장주가 지켜야 할 시설과 운영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을 충족한 생산자의 상품에 ‘프리덤 푸드’(freedom food)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오리농장에선 오리가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환경에서 사육되지만 협회는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사육환경을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양계장에서 생산되는 달걀부터 연어와 같은 생선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협회의 교육부서 책임자 데이비드는 “동물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동물복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동물복지 교육의 키포인트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적정한 공간과 먹을거리 등 동물의 욕구를 이해하는 일부터 돌봄 능력과 책임감을 가진 소비자가 되는 일, 다른 생명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감력을 키우는 일이 그것이다.

생애주기 따른 교육프로그램 시행

이를 위해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생애주기에 따른 동물복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특히 향후 일선 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할 사범대생을 위한 동물복지 교육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아직은 정식 과목이 아님에도 매년 40개 대학에서 학생 4000여명이 와 교육을 받는다.

협회는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한 4개의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협회의 함즈워스 메모리얼 동물병원은 설립된 지 40년 된 곳으로 수의사 7명과 간호사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이들이다.

협회의 국제담당관 폴은 “우리 협회는 반려동물을 키우라고 권장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질 수 없으면 키우지 않도록 동물복지조사관이 동물을 양도받아 데려오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며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하고, 의료적 돌봄을 제공할 수 없는 이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경제적 여건 등을 포함해 충분한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사회적으로 더욱 확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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