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에 사는 필리핀 이주여성 사라메이엠(가명)은 요즘 들뜬 마음에 잠을 설친다.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온 지 3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친정에 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는 고국 방문 신청서에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한테 손주를 한 번 안겨드리고 싶다”고 썼다.
사라메이엠은 지난 2월 농협재단이 전국 농협사무소의 추천을 거쳐 선정한 다문화가정 모국방문단에 포함됐다. 이 사업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농촌지역에 특화한 농협재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다. 올해는 다문화가정 170가구, 모두 641명의 모국 방문을 지원한다. 농협재단 쪽은 “농촌의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안정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2007년부터 매년 농촌 다문화가정의 여성 이민자 부부와 그 자녀에게 모국 나들이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1226가정, 4800여명이 재단 지원으로 모국을 찾았다. 모국방문단에 선정되면 왕복항공권과 체재비, 여행자보험 등의 혜택을 제공받는다. 선정된 해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방문하면 된다. 재단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모국을 방문하기 힘든 이들에게는 모국의 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농협재단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다른 대기업 계열의 공익재단에 견줘 연륜이 길지는 않다. 하지만 설립 초기 농협중앙회의 적극적인 출연으로 4000억원대 운용 자산을 갖췄고, 연간 사업비도 국내 공익재단 중 10위권에 든다. 농협재단은 설립 10주년을 계기로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짜고 있다. 사업 핵심은 다문화와 고령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촌을 중심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다문화 인구는 현재 30여만명, 전체 인구의 0.6%가량이다. 하지만 15년 뒤에는 122만명(2.3%), 2050년에는 216만명(4.5%)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단 관계자는 “다문화 인구가 농촌으로 흡수되는 속도가 가파른 만큼, 모국방문사업과 같은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촌의 의료 복지를 지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급격한 고령화에 도농간 소득격차가 심해지면서 농촌의 의료 서비스는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은 의료기관과의 협력 등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역량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주요 기업과 공익재단의 활동에서 ‘농촌 복지’는 소외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을 보면, 국내 기업과 공익재단의 농촌 복지 지출 비중은 각각 전체 사업비의 3.9%와 0.9%에 불과하다. 이재식 농협재단 사무총장은 “농촌의 의료비와 교육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농가의 실질 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며 “저금리와 부동산 수익 감소로 재단의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지는 환경을 감안해 추가적인 기금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의 역점 사업이자 장수 사업인 장학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 출신 장학생을 선발하고 농협장학관 입주 혜택을 주는데 해마다 60억원 넘게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금 수혜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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