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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산업별 협회가 CSR 보급 앞장…경쟁력 향상 이어져야

등록 2014-06-26 16:21수정 2014-06-26 17:01

[헤리 리뷰] 스페셜 리포트
중국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중국 푸젠성에 있는 한 스포츠의류 생산업체는 2000년 초 글로벌 기업의 납품 계약을 진행하던 중 난관에 부닥쳤다.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CSR) 평가 서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캐나다 등지의 글로벌 기업 세 곳과 거래하던 이 기업은 당장에 기업마다 다른 형식의 CSR 평가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이 회사는 계약 뒤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걸로 제안했으나, 담당자들로부터 선정평가에 CSR이 필수 항목으로 지정돼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각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에는 이 회사와 같은 중소기업들의 불만과 문의가 빗발쳤다. 산업별 협회가 기업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거래처를 하루아침에 잃을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기업 환경과 산업 특성에 맞는 CSR 표준을 개발해 자국의 중소기업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최근에는 이 표준이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국제표준을 대체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얻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국제표준 요구에 대응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2012년 유엔의 주요 국가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2조5560억달러로 미국(1조994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 제조업 국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애플, 나이키, 도요타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이 중국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말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사업장과 공급망에서 CSR 이슈가 계속해서 제기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책임 있는 공급망관리’ 전략을 수립해 전세계 공급망에 도입했다. 공급망 선정 평가에 CSR 항목이 추가되고, 공급망 선정 뒤에도 정기적으로 이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내용이었다. 글로벌 공급망이 다수 포진해 있는 중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주요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산업별 협회가 사실상 정부 부처 구실

중국의 산업별 협회 중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중국방직공업협회이다. 중국 정부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SASAC) 산하의 중국방직공업협회는 2005년부터 중국 기업환경과 산업 특성을 반영한 CSR 표준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의 산업별 협회는 회원사, 즉 민간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협회와는 다른 성격을 띤다. 2000년 초,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실시해 산업 담당 부처의 통폐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부처의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별 협회를 설립했고, 중국방직공업협회도 그중 하나다. 사실상 정부 부처 구실을 하는 셈이다.

방직공업협회, 중국 최초 CSR 표준 개발

최근 기계 및 전기전자업에 밀려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섬유산업은 초기 중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주요 산업 분야다. 노동집약적 산업 특성으로 중소기업이 많다. 대부분의 중소 섬유기업들이 외자기업에 제품을 수출해 CSR 요구를 일찍부터 경험했다. 이런 협회 회원사의 고충을 반영해 중국방직공업협회는 2006년 중국 최초의 CSR 표준인 사회책임관리시스템(CSC9000T)을 개발했다. 기업 경영활동에서 차별 금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권 인정, 보건 및 안전, 환경보호 등 12개 영역의 사회책임경영 관리 항목을 담고 있다. 2007년부터는 사회책임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10개 섬유산업 분야의 100개 우수기업 사례를 발굴해 기업 1000곳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10+100+100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이닝, 카이펑, 쭝산 등 섬유특화지역 내 10개 분야의 100개 기업을 선발해 CSR 교육을 진행하고, 사회책임관리시스템을 경영활동에 실제 적용했다. 2008년에는 <중국 방직공업기업을 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가이드라인(CSR-GATEs)>을 배포해 100여개 기업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현재 약 200개 기업이 발간을 준비 중이다.

경영 위기 대안에서 사회문제 해결책으로

중국의 최대 산업으로 성장한 전자협회도 지난해 1월 <중국전자정보산업 사회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며 CSR 표준 사업에 동참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중국 법률 규정과 국제법을 기준으로 하고, 글로벌 전자업체 행동규범(Electronic Industry Code of Conduct: EICC), 글로벌 전자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Global e-Sustainable Initiative: GeSI) 등 전자업계의 글로벌 기준을 참조해 만들어졌다. 기술혁신 및 응용, 공급망 관리 등 전자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CSR 항목을 삽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말 국가발전개혁위원회 (NDRC) 산하 중소기업 합작발전촉진회의 전신인 중소기업 합작발전촉진센터가 <중소기업 사회책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중국 자동차협회도 올해 말 자동차 제조업을 위한 사회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발간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은 산업별 협회들이 개발한 CSR 표준을 놓고 국제기구 및 국제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로 중국방직공업협회의 사회책임관리시스템은 캐나다의 한 스포츠 의류 기업이 본사 공급망 CSR 평가서류로 대체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대한 CSR 요구는 중국 내 중소기업 CSR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 표준이 중소기업 CSR에 직접 기여하기보다 공급망 거래의 기본 서류에 머무르거나 글로벌 공급망의 요구를 무마하는 도구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CSR이 중소기업의 경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대안이었다면, 이젠 실제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노동, 환경 등 고질적인 중국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중소기업 CSR을 접근해야 한다.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같은 영향력 있는 기관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베이징/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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