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헤리리뷰

“정부는 창조·균형 지원하고 기업은 CSR 경영혁신을”

등록 2014-06-26 16:14수정 2014-06-26 16:25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왼쪽)과 박기찬 지속경영학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중소기업의 역할과 기업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왼쪽)과 박기찬 지속경영학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중소기업의 역할과 기업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헤리리뷰] 스페셜 리포트
대담 / 한국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가는 길

“대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에 이르렀다. 창조적 균형자로서 중소기업은 강소기업으로 커 가야 하며, 이를 위한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한다.”

‘한국 중소기업은 어떻게 강소기업 될까’라는 주제로 6월11일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진행한 대담에서 한정화 중소기업청장과 박기찬 지속경영학회장은 강소기업 육성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커 가기 위한 요건으로 한정화 청장은 “기업 핵심 역량을 갖추고 발전시켜가야 하며, 우수 인력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중소기업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찬 학회장(인하대 교수)은 “중소기업은 스스로 강소기업을 향한 신기술, 특허 등 ‘강점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 등 거버넌스 이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은 어떤 역할 해야 하나

사회 대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이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짚어 주십시오.

한정화 청장 그간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높은 성과를 내왔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주도한 양적 성장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고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해 우리 경제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박기찬 교수 2012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 비중이 99.9%, 87.7%에 이릅니다. 특히 중소기업 고용 증가 인원이 전체 고용 증가 인원의 84%에 달해 중소기업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50명 미만의 소기업과 20명 미만의 소상공인도 늘었습니다. 중소기업의 산업 성장과 고용 창출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납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의 근간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이윤 창출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경제주체로서 중소기업의 역할 재정립이 중요합니다.

강소기업은 어떤 특징 갖고 있나

사회 박근혜 정부는 중소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 경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합니다. 강소기업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 청장 기업 규모는 작지만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 우위가 있고 지속가능성이 큰 기업을 강소기업이라고 봅니다. 해외 진출 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글로벌 강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1, 2위를 차지했을 때 이른바 독일의 히든챔피언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글로벌 강소기업은 히든챔피언이 되기 전 단계로 상당한 기술력, 브랜드력, 마케팅 능력 등을 갖춰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을 말합니다.

박 교수 무엇보다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독일 히든챔피언과는 개념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역사 속에서 강점을 오랜 시간 발전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의 강소기업은 다소 새로운 개념으로, 중견기업 개념과 겹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한 청장 현장을 다녀보면 여러 종류의 강소기업이 있습니다. 30년가량 역량을 축적한 기업도 있고, 10년 만에 집약된 기술개발로 급성장한 가젤형 기업도 있습니다.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자기 분야에서 ‘국내 톱3’에 들고 해외에서도 상당히 인정을 받는다는 겁니다. 히든챔피언 조건인 5000억 이상 매출액은 아니지만 500억~3000억원 사이 매출의 강소기업들은 우리나라에도 꽤 있습니다.

박 교수 산업용 모니터 제조업체 코텍 등 인천지역 강소기업 사례를 보면 급성장한 기업 뒤에는 기술력과 새로운 시장을 보는 눈이 있습니다. 또한 ‘좋은 물건 만들기’에 대한 장인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평가받을 때는 특허와 기술이 중요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한정화
“중소기업이 균형성장의 기반
자기분야서 ‘국내 톱3’ 들도록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해줘야”

박기찬
“중소기업은 국가경쟁력 근간
장인정신으로 ‘좋은 물건’ 제작
창출된 부는 공정히 분배해야”

강소기업 되려면 어떤 전략 써야 하나

사회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기업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 교수 중소기업은 스스로 강소기업을 향한 ‘강점 강화’에 주력해야 합니다. 특허, 신기술 등 확고한 강점을 갖추지 못하고 모방과 따라잡기 노력만 하면 강소기업이 되지 못하고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인건비 절감의 이유만으로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실패한 것도 결국 강점 없이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한 청장 단기적인 투자보다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독보적 기술력과 전문화된 제품 생산에 집중, 그리고 사회책임경영(CSR)을 하는 등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전략을 참고할 만합니다. 덧붙이면, 경영자들이 창의와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경영자의 철학이 중요합니다. 복지 등에 과감하게 투자해 좋은 사람들을 붙들고 키워야 합니다. 우수 인력이 유입되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책임경영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회 중소기업이 스스로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를 하는 데 사회책임경영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 청장 사회책임경영 취지는 좋습니다. 중소기업이 해외에 나갈 때 사회책임경영을 하지 않으면 납품을 못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작은 기업은 힘들지만 중견기업에서의 CSR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소기업 CSR에 앞서 대기업의 CSR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무분별한 기술·인력 빼가기를 자제하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중소기업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박 교수 요즘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관심을 갖고 사례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는 사회책임경영의 핵심 영역입니다. 60대에서 70대를 향하고 있는 1세대 중소기업 경영자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승계하는 40~50대의 경영자, 그리고 20~30대의 새로운 벤처 사업가들이 어떻게 하나의 지속성장하는 생태계로 구축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기업 경영을 통하여 부(wealth)를 창출하는 활동 이상으로 창출된 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해관계자들에게 분배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부나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사회 중소기업이 혁신을 거듭하여 고유의 핵심 역량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커 가는 데 정부나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입니까?

박 교수 중소기업 육성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소신은 있으나 철학이 부족했습니다. 중소기업도 국제화 시대에 자율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김영삼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를 겪고 급기야 외환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친화정책은 대기업 친화 및 지원 정책이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철학은 실종되었고 추상적인 창조경제로 맴돌고 있습니다. 적어도 강소기업 대국론을 주장하는 철학이 정책의 기조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한 청장 좀더 과감한 사회혁신이 필요합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가 심각해졌고 불균형, 불공정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이러한 차이들을 조정해 균형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저는 ‘창조적 균형’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창조적 능력을 극대화해야 하며, 균형도 잡아야 합니다. 창조와 균형은 상호작용합니다.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창조가 나오지 않습니다. 창조한다고 공급만 늘려 놓으면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자금지원만 하면 균형이 잡히지 않습니다. 상인들의 창조적 역량도 같이 살아나야 합니다. 상인대학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겁니다. 정부 지원을 지렛대 삼아 상인들이 협력해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리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hslee@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