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등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경제 교육이 일선 학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초 장애인·고령자들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담쟁이에서 직접 원예용 옹기를 만들고 있다. 부산시 사회적기업센터
[사회적 경제] 대안경제 교육 바람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 2학년 학생들은 올해 새 학기부터 ‘에너지 매니지먼트’라는 특별한 수업을 듣고 있다. 교과 내용은 일반적인 수업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학생들은 집에서 다달이 내는 전기와 가스요금 고지서를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중인 모든 전력 기기의 소비전력과 월 사용량을 조사해야 한다. 월평균 사용요금을 계산하기 위해서다. 냉장고와 세탁기, 전열기 등의 표시 소비전력에 사용시간과 기본요금을 곱해 각각의 월평균 사용료를 뽑아내는 것이다. 전기 사용 환경도 주된 조사 대상이다. 멀티탭을 사용하는지, 플러그를 꽂아두는지 등에 따라 대기전력 소모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에너지 진단’이 끝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컨설팅 수업이 시작된다. 예컨대 기존 형광등을 고효율 엘이디(LED)로 교체하면 전기료가 얼마나 절약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건 이 학교 교사들이 아니다. 인근 성대골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만든 ‘마을닷살림’ 회원들이 교사로 나선다. 이 단체는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을 목표로 설립된 마을기업으로, 주부들과 목수, 건축가, 인테리어업자 등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다. 에너지 기초교육 수업을 맡고 있는 김소영 어린이도서관장은 “학생들이 자기 집에서 얼마나 많은 전기가 낭비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많이 놀랍니다. 단순한 전기 절약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경제교육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이 수업이 특별한 또다른 이유는 교내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 수업 등이 아니라 정식 교과의 하나로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다른 교과와의 연계·융합 수업이 함께 이뤄진다는 점이다. 국사봉중의 윤우현 교사(혁신부장)는 “다른 교과 수업과 연계한 커리큘럼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어학 과목에선 해당 언어로 된 생태에너지 관련 텍스트를 교재로 수업을 하는 식이다. 교과로서의 틀이 잡히면 내년에도 계속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국사봉중 ‘에너지’ 정규 교과 개설
마을기업 회원들이 교사로 나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 실습 교육
부산국제고 ‘협력 경제’ 수료 뒤
교내 매점·식당, 협동조합 탈바꿈
충발연, 초등용 교재 만들어 운용 4월 한달여 동안 기초 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은 직접 지역 상가와 가정을 상대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을 하는 실습 교육에 나선다. 또 1년 과정의 마무리로 학년 말에는 에너지 절감형 생태 건축물을 직접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윤 교사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대안적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공동체적 가치를 깨닫고 정서적 안정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혁신학교의 관련 예산이 3분의 1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전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소영 관장은 “일단 학교에 대한 에너지 컨설팅을 통해 절감되는 전기료 등을 보탤 예정이다. 학교에선 자투리 예산을 긁어모으고 지역 주민들은 재능 기부를 하는 등 십시일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 협동과 호혜에 기반을 둔 대안적 교육이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설립되고, 동시에 공동체적 대안경제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사회적기업센터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협력의 경제교육’은 지난해에만 40여개 학교에서 교육 신청이 들어왔다. 지역의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해 직접 현장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이 기관의 협동경제 교육을 받은 부산국제고등학교 경제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해 교내 매점과 식당에 직접 출자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임경수 사회적기업센터장은 “학생들이 사회인이 됐을 때 협력과 공유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가치관을 생생한 현장과 육성으로 체험하게 되면 아이들의 반응부터가 다르다. 수박 겉핥기식 체험이 아니라 모의 사업계획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창업 발표회도 하면서 협동경제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충남발전연구원에선 ‘협동과 상생의 경제교육’이란 제목의 초등학생용 교과 매뉴얼을 직접 만들어 올해부터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할 계획이다. 교재 개발을 이끈 충남발전연구원의 장효안 책임연구원은 “사회 진출 과정에서 전망을 찾기 힘든 농촌 아이들의 경우,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대해 진지하게 진로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히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을 넘어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협동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이달 초 서울 동작구 국사봉중에서 김소영 어린이도서관장이 에너지와 원자력을 주제로 정규 수업을 하고 있다. 마을닷살림 제공
마을기업 회원들이 교사로 나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 실습 교육
부산국제고 ‘협력 경제’ 수료 뒤
교내 매점·식당, 협동조합 탈바꿈
충발연, 초등용 교재 만들어 운용 4월 한달여 동안 기초 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은 직접 지역 상가와 가정을 상대로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을 하는 실습 교육에 나선다. 또 1년 과정의 마무리로 학년 말에는 에너지 절감형 생태 건축물을 직접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윤 교사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대안적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공동체적 가치를 깨닫고 정서적 안정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혁신학교의 관련 예산이 3분의 1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전혀 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소영 관장은 “일단 학교에 대한 에너지 컨설팅을 통해 절감되는 전기료 등을 보탤 예정이다. 학교에선 자투리 예산을 긁어모으고 지역 주민들은 재능 기부를 하는 등 십시일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 협동과 호혜에 기반을 둔 대안적 교육이 다양한 방식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설립되고, 동시에 공동체적 대안경제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사회적기업센터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협력의 경제교육’은 지난해에만 40여개 학교에서 교육 신청이 들어왔다. 지역의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해 직접 현장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이 기관의 협동경제 교육을 받은 부산국제고등학교 경제 동아리 학생들은 지난해 교내 매점과 식당에 직접 출자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임경수 사회적기업센터장은 “학생들이 사회인이 됐을 때 협력과 공유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가치관을 생생한 현장과 육성으로 체험하게 되면 아이들의 반응부터가 다르다. 수박 겉핥기식 체험이 아니라 모의 사업계획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창업 발표회도 하면서 협동경제의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충남발전연구원에선 ‘협동과 상생의 경제교육’이란 제목의 초등학생용 교과 매뉴얼을 직접 만들어 올해부터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할 계획이다. 교재 개발을 이끈 충남발전연구원의 장효안 책임연구원은 “사회 진출 과정에서 전망을 찾기 힘든 농촌 아이들의 경우,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에 대해 진지하게 진로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순히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을 넘어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협동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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