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EI 리뷰]
외부자원 유입 개발 공약 대신
지역내 생산-소비 선순환으로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 닻올려
전국서 주요 이슈로 내세울 듯
외부자원 유입 개발 공약 대신
지역내 생산-소비 선순환으로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 닻올려
전국서 주요 이슈로 내세울 듯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이뤄지는 곳은 워싱턴의 의회가 아니라 지역이다. 자신이 속한 지역을 바른 모습으로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보통의 사람들 손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첫 직업인 ‘지역사회 조직자’(community organizer) 활동에서 배운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 이뤄지는 지역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6·4 지방선거가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직 단체장과 의원, 그리고 이들에게 도전하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정책을 놓고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느 후보가 좀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지역활성화 정책을 내놓는지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이 갈릴 것이다.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 정책 준비
그동안 출마자들은 대기업 공장이나 국책사업 유치, 뉴타운처럼 외부자원을 끌어들이는 공약을 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겉은 화려했는지 몰라도 지역 주민의 삶에는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환경오염, 공동체 파괴, 지역자원 유출 등 부작용을 낳은 일이 많았다. 생산, 소비가 지역 내 선순환하지 않은 지역정책의 한계는 뚜렷했다.
이런 경험을 한 뒤라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 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모델로 사회적 경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같이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며, 주민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정책에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이런 정책방향의 변화가 여야 정당을 불문하고 함께 이뤄지는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해까지 새누리당은 사회적 경제를 진보진영이 이끄는 이슈로 여기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새누리당의 사회적 경제 정책 기류가 바뀌고 있다. 여당 지지 지역에서조차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이 생겨나고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황우여 대표가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새누리당은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준비해 가고 있다.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가 새누리당이 사회적 경제에 본격적으로 접근하는 첫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자체 실천 경험이 풍부한 민주당도 사회적경제정책협의회를 만들어 정책과 공약을 준비해 가고 있다.
구체적인 후속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양당의 사회적 경제 관련 위원장이 전국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실천협의회)에 공동대표로 참여해 6·4 지방선거의 사회적 경제 공약 확산에 나서고 있다. 실천협의회는 종교계, 시민단체, 사회적 경제 전문가 등이 함께한 국내 최초의 전국 조직이다. 실천협의회의 주된 역할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사회적 경제에 눈을 뜨고 유권자인 시민에게 관련 공약을 많이 내놓고 경쟁을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실천협의회 출범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경제라는 큰 뜻에 공감하고 대화와 소통을 시작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사회적 경제에 초점을 맞춘 매니페스토라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적 관점 벗어나 새 가치 인식을
정당과 후보자들이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과 공약을 만들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는 것은 단순히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복지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지역경제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 주거, 일자리, 환경, 먹거리, 교육 등 지자체 정책 전반이 지역내 경제자원의 선순환 구조에서 이뤄질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을 키우는 것이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내 경제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자원의 외부 유출을 줄이는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국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동준 성공회대 교수 역시 인식전환을 강조한다. 사회적 경제의 특성을 활용한 지역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접근방식부터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외부자원 유입과 물리적 개발에 크게 의존하는 접근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공동체·문화 등 무형의 자산을 밑거름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다양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바람직한 공약 4가지 방향
실천협의회 참여 사회적 경제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제 정책과 공약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4가지를 꼽았다. 첫째, 시민사회 영역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사회적 경제 관련 인재를 찾아내고 키울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의 잠재 역량과 자원을 사회적 경제 틀 속에서 엮어낼 수 있는 장기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민관협력의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의견 수렴뿐 아니라 정책 수립과 실행에 이르기까지 민관이 협력하는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고유의 지역발전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각 지역의 사회적 경제 모델은 그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역사적 배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넷째, 사회적 경제의 전략적 지원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정책 연구, 교육, 지역프로젝트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의 전문 지원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역내 기관과의 협력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사회적 경제가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강한 모델로 공식 인정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이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 HERI 7주년 새 비전 발표
2월28일 한겨레경제연구소(HERI)가 출범 7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책임 있는 시장경제와 대안경제 분야의 동아시아 선도 연구소’를 비전으로 정했습니다. 그 실천 전략으로 ‘대안적 지식창조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연구역량 강화를 통한 콘텐츠 전문성 함양’, ‘미디어 플랫폼 연계를 통한 연구 영향력 강화’ 세 가지를 내세웠습니다. 앞으로 HERI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싱크탱크로 그 역할을 더욱 키우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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