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건물 안의 좁다란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서면 향긋한 커피 냄새가 손님을 반긴다. 아기자기한 나무책상과 의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보통의 카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 카페는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마을카페 ‘사이시옷’이다.
10년 전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시민단체가 없었던 동작구에 2010년 협동조합 1호점 마을카페 ‘사이시옷’을 시작으로 최근 5호점 급식 협동조합인 ‘노나매기’까지 다섯 개의 ‘희망동네’ 마을협동조합이 들어섰다. 동작구 희망동네 협동조합의 중심에는 협동조합 지역활동가 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있다.
처음엔 주민과 가까워지는 사업 주력
“처음 지역활동을 시작했을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이 주민들과 가까워지는 기회를 찾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사업이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사업이었다”고 유 사무국장은 회고했다. 그는 협동조합 지역활동가들의 핵심 역할은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강조한다. 지역사회 기관들을 방문해 협력관계를 맺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
유 사무국장은 “어린이 공부방, 장애인 및 독거노인 지원 등 지난 5년간 다양한 지역사업을 진행했지만, 후원기관들 중 우리 조직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우리를 알리기보다는 참여기관들을 내세워 참여도를 높이고 지역 네트워크 다지기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신뢰와 기관과의 관계망이 조합원간의 갈등 해결이나 사업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더 많은 주민 참여 독려가 활동가 임무
협동조합 지역활동가들은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사회 운동을 하고,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유 사무국장의 신념이다. 그는 “소수의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아니라 주민들이 영향력을 갖고 움직이는 지역이 우리의 지향점”이며 “지역활동가의 역할은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쉼터를 제공하는 마을카페 사이시옷, 주민들의 고민과 문제를 털어놓는 우리 동네 마을상담센터, 취약계층 중학생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모여 청소년센터 등 희망동네 협동조합들은 모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마을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탄생한 만큼 협동조합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애착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활동은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가야 한다. 확고한 비전과 신념이 있어야 오랜 기간 협동조합을 끌고 갈 수 있다”며 지역활동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희망동네 협동조합은 실제 십여년의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2010년 처음 개관한 희망동네 협동조합의 뿌리는 2004년 설립된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이다.
지금껏 만든 그릇에 이제 사람 담을 때
희망동네 협동조합의 오늘날의 성장은 오랜 시간 지역에 있는 기관과 주민들과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 사무국장은 “아직도 지역운동을 제대로 해 보고 싶어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이라는 자산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이제는 내실을 다질 때”라고 말했다.
2014년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동작구 지역주민의 1%가 활동하는 협동조합을 목표로 재도약을 준비중이다. 지역의 인재 양성을 핵심 과제로 삼고 현재 운영중인 직원 비전 워크숍을 확대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유 사무국장은 “지역사회가 제대로 변하려면 결국 사람이 변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사람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단계였지만, 이제 그 안에 사람을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