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리뷰] CSR 통합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차이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 보고서들에 대해서도 기업의 행동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다. 통합보고는 기존 보고서들이 기업을 진정성 있고 공정한 관점에서 평가하기 어려웠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새로운 보고 패러다임이다. 2012년 덴마크 바이오테크 기업 노보자임스의 보고서를 시작으로 펩시콜라 제조사 펩시코, 전자기업 필립스의 통합보고서가 잇따라 발간되는 등 최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틀에서 재무·비재무 통합
보고서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통합보고서와 기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고서의 대상 독자층이 다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다국적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 관행을 견제하고자 하는 시민단체와 국제기구의 요구에 따라 발간되기 시작해 현재는 시민단체, 일반 소비자, 투자자들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다.
반면 통합보고서는 기업의 장기 비전에 주목하는 투자자, 즉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주요 독자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독자의 차이는 보고서의 성격과 내용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측면에서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기술하는 데 주력하지만, 통합보고서는 전략적 자본의 흐름과 다양한 경제 및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주목한다.
둘째, 보고되는 경영 성과의 범위에 차이가 있다. 기업이 실제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과와 단기·중기·장기적 목표와 실행계획이 논리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과거 재무 성과만을 다루는 재무보고서에 비해 기업의 미래 비전과 장기 계획을 싣고 있지만 보고 기준과 프레임워크의 명확성이 떨어진다. 통합보고서는 기업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중점을 둔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가에 차이가 있다. 통합보고서와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물리적으로 합친 보고서라는 것, 또는 비재무적 정보를 모두 화폐가치로 환산해 재무적 정보로 기술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성과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달리 통합보고서는 기업 경영체계 안에서 재무 및 비재무적 사회자본이 결합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당뇨병 치료제 생산의 선두기업인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는 1990년대 중반 기업헌장을 공표하고 지속가능경영의 세 가지 축, 즉 경제·환경·사회에 기반을 둔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비즈니스 부서는 지속가능발전 프레임 안에서 회사의 성과와 목표를 포함한 성과 측정표를 운영하고 이를 통합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했다. 노보노디스크의 통합보고서는 조직의 전략이 지속가능경영에 매우 잘 통합되고 정보의 흐름이 재무적·비재무적 영역까지 잘 보고된 모범 사례로 꼽힌다.
프레임워크 개발중…이달 1차안 발표
통합보고서는 현재 최종 프레임워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아직까지 많은 개발 과제를 안고 있다. 현 통합보고서 안에 따르면, 기존에 제도화된 기업 준법 기준에 대한 대응과 국가별로 상이한 경제·사회시스템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보고서 1차 프레임워크가 이달 초에 발표됐다. 국제통합보고위원회는 프레임워크 발표와 더불어 기존의 국제 통합보고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가한 기업 100곳을 포함한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보고서 사례를 개발하고 이를 전세계 기업에 전파할 예정이다.
국제통합보고위원회의 관계자는 “통합보고서의 장기적인 목표는 ‘통합적 사고’가 글로벌 비즈니스의 주류로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통합적 사고와 통합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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