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끄는 영국의 협동조합학교
매점과 급식 사업을 중심으로 학교 내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추진되는 자치경제조직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서울 구로구 영림중학교에선 친환경 학교매점 협동조합 1호가 운영중이다. 학부모들이 운영 주체로 참여하고 지역 생활협동조합에서 특별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 성남시도 경기도교육청,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학교매점 협동조합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5월 부산시교육청은 식자재 공동구매로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산학교식자재사업협동조합과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매점 협동조합 1호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증받지 못하고 있다. 소관부처가 명확하지 않아서이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부 소관이란 해석도 있고, 학생의 건강권 증진을 위한 먹거리 사업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소관이란 해석도 있다. 학교의 협동조합이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로드맵을 구성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학교 정관에 조합 원칙과 방식 명시
영국 협동조합학교는 협동조합 문화가 학교 전반에 흐르는 학교를 말한다. 별도의 학교법인을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정관에 협동조합의 원칙과 방식을 명시적으로 못박으면 협동조합학교로 인정받는다. 이사회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각각의 조합원 대표로 구성된다. 졸업생 대표도 이사회 멤버로 참석한다.
영국 협동조합학교가 교육시스템 자체에 협동의 정신을 입히는 과정은 협동조합 정신, 지배구조, 교육과정, 교육방법의 네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이 학교 전체에 유효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연대라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지역사회 등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이 학교 전반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실제 학교가 속해 있는 지역 사회의 역사와 자원, 지리적인 여건, 인적자원, 생태환경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협동조합’ 과목 별도 편성
둘째, 지배구조의 문제다. 자치경제조직으로서 학교의 일부에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교사,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등 조합원 참여를 보장하는 의사결정 체계로 재조직화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학교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과 협력은 협동조합학교의 핵심열쇠다. ‘협력하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필요로 한다.
셋째, 협동조합학교는 실제 ‘협동조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킨다. 협력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체득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이 편성되어 운영중이다. 현재 400개가 넘는 영국의 협동조합학교가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교재와 교수 매뉴얼이 개발되어 보급중이다.
넷째, 교육방법 차원에서 네 가지 협동의 원리를 적용한다. 긍정적 상호의존성, 개인적 책임성, 동등한 참여, 동시다발적 상호작용이 네가지 협동의 원리이다.
이렇게 협동조합학교는 학교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구성원 스스로 고민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정신적 토대와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우리가 그리는 학교의 미래에 협동조합의 정신이 좀더 많이 깃들도록 할 때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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