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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어린이도 기업 이해관계자…“어린이 없이 미래 없다”

등록 2013-06-24 16:27수정 2013-06-24 17:23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가 ‘2013 아동친화경영 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가 ‘2013 아동친화경영 국제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
‘2013 아동친화경영 국제콘퍼런스’
“어린이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기업경영에서 아동권리가 중요한 이유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이윤을 위해서 기업은 미래 소비자인 아동을 돌보아야 한다.”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2013 아동친화경영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업경영에서 아동권리 보호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국제아동기구인 유니세프 및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지난달 국내외 기업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동친화경영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이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10개 항의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이 소개됐고, 아동친화경영을 잘하고 있는 기업의 우수사례 발표와 시상도 있었다.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은 기업들이 아동권리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실천 방법을 계획하고 장기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아동권리를 인식하고 이를 경영에 통합해내는 국내 기업의 활동은 초보적인 상태이다. 그래서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일터, 시장, 환경 및 지역사회 세 영역에서의 국내외 기업의 우수사례를 통해 이들이 경영활동에서 어떻게 아동권리를 보장하고 실천해 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제주 다문화 교육센터에 마련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올리볼리관’. 다음세대재단 제공.
제주 다문화 교육센터에 마련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올리볼리관’. 다음세대재단 제공.
이케아, 아동노동 원인 제거에 초점

일터 영역의 해외 사례로는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가 있다. 이케아는 일터의 개념을 공급업체에까지 확대해 공급업체들도 아동노동을 금지하고 아동권리를 존중하도록 했다. 1990년대 중반 부품·자재 공급업체 중에서 아동노동 문제가 불거지자 이케아는 회사의 행동강령에 아동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기로 했다. 이케아 행동강령 ‘아이웨이’(IWAY)에 ‘아동노동 방지를 위한 이케아 방식’을 삽입하고 공급업체에 배포하여 아동노동 금지와 아동권리의 중요성을 알도록 했다.

이케아 행동강령의 특징은 공급업체에 아동노동 금지를 강제하기보다 근본 원인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점에 있다. 무작정 아동을 일터에서 몰아낼 때 많은 제3세계 국가에서는 아동의 생활이 궁핍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공급업체에서 아동노동이 발견될 경우, 아동의 나이, 가족, 사회, 환경, 교육수준을 고려해 아동이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사례는 가족친화적인 일터 문화가 아동권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한킴벌리는 2011년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워크는 직원들이 시간과 장소, 자원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유연근무 강화, 스마트워크센터 운영, 임산부 우선좌석제 등이 주요 내용으로, 현 정부 들어서 추진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와도 맥이 닿는다.

유한킴벌리 ‘스마트워크’ 시스템 활용

임산부가 출근하기에 편리하게 배려하고, 양육자들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갖고 거주지와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도록 하였다. 유한킴벌리는 직원들의 출산-양육 전 단계에서의 배려와 지원 정책을 통해 아동들의 성장과 복지를 보장하고 있다.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마케팅과 광고활동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재기업인 유니레버의 2009년 세탁세제 광고 마케팅은 아동권리에 대한 사회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광고로 주목받았다. ‘진흙쯤은 묻어도 좋다’(Dirt is good)는 제목의 이 캠페인은 아이들이 진흙을 잔뜩 묻히며 노는 장면과 함께 “아이들은 뛰어놀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내보냈다. 아시아 국가에도 전파된 이 캠페인 메시지는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학업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올리볼리 그림동화’ 프로그램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업들이 아동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제3세계 전래동화를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개발하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아시아문화네트워크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제3세계 전래동화를 엄선하고, 국내 이주여성들이 성우로 참여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올리볼리 그림동화’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고 있다.

다음, 전래동화 애니메이션 개발 보급

지역사회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하는 터전이다. 또한 기업에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자 판매하는 시장의 중심이기도 하다. 기업이 지역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데 있어 아동 문제를 고려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아이엔지(ING)생명은 일찍이 건강한 지역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지역사회 아동의 교육에 투자해 왔다. 2005년부터 아이엔지생명은 유니세프와 함께 국제교육 프로그램인 ‘어린이에게 기회를’을 내놓고, 인도, 브라질, 에티오피아 등의 개발도상국 취약계층과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엘지전자의 ‘엘지 희망시리즈’ 프로그램은 긴급상황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의 자립 능력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엘지전자는 유엔식량계획(WFP), 유엔환경계획(UNEP)과 협력해 케냐,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에 ‘희망학교’, ‘희망마을’을 건설했다. 케냐 희망학교의 경우, 급식을 함께 제공하여 아동 교육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부모들이 아이들의 끼니를 위해 학교에 보내도록 하여 출석률을 높일 수 있었다.

엘지 희망시리즈, 자립능력 향상 중점

㈜엘지 CSR팀의 김현식 부장은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구호활동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간의 사회책임활동을 통해 아동을 둘러싸고 있는 부모, 학교, 지역사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지속적으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에서 아동을 중요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활동과 아동을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경영활동에서 아동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아동을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로 생각해야 한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을 주요 이해관계자로 대하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

유니베라의 김교만 상무는 “우리 활동이 아동의 권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그저 직원들에게 행복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에 이롭다고 판단해 그렇게 해왔을 뿐이다. 경영활동과 아동권리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며, 앞으로 전략적인 관점에서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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