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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받아봤을 대출 스팸문자. 평소엔 무심코 넘길 수도 있겠지만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어떨까? 특히,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불법사금융시장은 힘든 사람들을 향해 쉽게 손을 내밀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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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개봉한 영화 <화차>는 과중채무와 채무의 대물림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과 절망을 그려내면서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의 재미도 재미지만 ‘지옥을 향해 달리는 불수레’를 뜻하는 <화차>는 불법고리사채, 채무상속, 1인가구, 사회적 무관심으로 치닫는 공포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일만이 아닌 불법고리사채로 인한 ‘과중채무’와 ‘불법추심’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바로 이러한 저소득층, 저신용자의 금융 관련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이 있다. 사회적기업 한국이지론㈜은 불법고리사채와 대출사기, 불법수수료 등 불법사금융으로 피해를 당하기 쉬운 서민들에게 공적으로 대출을 중개해주는 회사다. 2005년 10월 금융감독원의 후원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설립됐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과 정보망 공유 한국이지론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맞춤대출정보 ‘한눈에’이다. 고객이 신상정보를 제공하면 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고객의 대출금리, 한도 등을 심사한다.
이 결과를 제공받은 고객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금융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개인의 신용등급과 소득상태에 맞는 대출상품을 안내하고, 고객이 직접 금융기관 및 대출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이지론의 수익은 개인고객이 아닌 금융권에서 제공받는 수수료에서 나온다. 즉, 고객에겐 무료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권에서 실비에 준하는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금융권은 보편적으로 지출하는 중개수수료를 절감하는 대신 0.2~5%포인트까지 금리인하 혜택을 고객에게 되돌려준다.
이상권 대표이사는 “햇살론,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등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상품이 적지 않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스스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며 “전화나 문자 등 불법중개업자의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한국이지론의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민과 제도권 금융을 만나게 하는 창구 구실을 하는 셈이다.
불법사채 고금리로 고통을 겪었던 한 고객은 “상담원의 안내에 따라 신청했을 뿐인데, 한 저축은행에서 햇살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생활자금과 대부업 상환자금까지 1400만원을 13.2%에 대출받아 고금리의 고리를 끊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금융사엔 수수료 받고 고객에겐 무료 사회적기업으로서 한국이지론이 보편적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대개의 사회적기업이 사회적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개인 사업자가 사회적 문제를 경영기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도권 금융사와 나란히 신용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거버넌스도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추대하는 방식이다.
2012년 8월 최초의 상근 전문경영인으로 추대된 이상권 대표이사도 30여년을 금융권에 몸담았던 금융인이다. 사업의 내실화와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2010년 5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한국이지론은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들에게 공적대출을 중개하는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인, 장기실업자, 여성가장, 청년실업자, 경력단절 여성이 고객상담센터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짧게는 한달, 길게는 석달까지 상품교육과 전화요령 실습을 병행하고, 매주 목요일 정기연수를 실시하는 등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 분야의 정보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다 할 주거래 은행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신용우량자들을 상대하는 은행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이 믿고 상담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창구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05년 12월 설립 이후 2013년 4월까지 총 3만4천명이 2050억원의 한국이지론 대출상품을 이용했다. 이상권 대표는 “영세서민들이 한국이지론을 잘 모르고 있다”며 “전화번호가 필요할 때 114를 떠올리는 것처럼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눈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가 아닌 신용과 소득에 맞는 대출 상품을 분석 안내하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이지론은 인터넷(www.egloan.co.kr)과 전화상담(1644-1110)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사회적기업 한국이지론의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절망의 ‘화차’가 희망의 ‘마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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