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다국적 기업들의 대응
미국 전자업체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은 4월 중국 소비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중국 내 사후서비스를 강화하기로 약속하였다. 중국 언론과 정부로부터 애플이 서방 국가보다 열악한 품질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더 견디지 못한 것이다.
중국 내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도 최근 변속기 품질 문제를 지적받고, 공식 사과와 함께 38만여대의 차량 리콜을 결정했다. 금액으로 6억달러에 이르는 리콜이다.
최근 까르푸, 나이키, 유니레버, 맥도널드, 네슬레 등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언론과 소비자의 비판에 잇따라 무릎을 꿇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질이 떨어지고 건강에 해로운 제품을 중국에서 판 사실이 드러나자 여지없이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다국적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국내 기업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그렇다 해도 최근 중국 여론의 거센 반응은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화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모델을 전환한 시진핑 정부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다국적기업이 얽힌 사건들에서 알 수 있듯, 중국 정부는 식품 및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다국적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당국의 태도는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에 특권과 혜택을 주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최근 베이징시 공상국은 나이키가 다른 나라에서 파는 제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이류 제품을 국내에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며 487만위안의 벌금을 물렸다. 이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다국적기업의 이중 잣대에 대해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중국 정부의 변화한 기조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번 애플의 사례에서도 중국 당국은 관영방송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품질보증 문제를 보도하자 바로 나서서 애플이 보증 정책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다국적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은 서둘러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수은, 염소 성분으로 오염된 사이다 판매 논란, 불법 지도 제작 혐의 등의 스캔들을 겪었던 코카콜라는 기존의 고위 임원 위주로 시행하던 중국 정부 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현장 실무자까지 포함해 진행하기로 했다. 현장 실무진들로 하여금 중국 식품안전 감독관리 기관과의 접촉면을 넓혀, 식품안전 감독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차후 정책 변화에 빠르게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컴퓨터업체 휼렛패커드(HP)는 2010년 중국 공급업체의 대규모 파업이 소비자의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큰 매출 손실을 보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휼렛패커드는 올해부터 중국 내 공급업체들에 학생 고용 요건 강화, 연소근로자의 권리 보호 등과 같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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