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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지역사회 신뢰·협력과 더불어 성장

등록 2012-12-31 16:16

에코버튼이 운영하는 카페형 커뮤니티 센터 ‘에코레시피’에서 지역 판화작가의 출판기념회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에코버튼 제공
에코버튼이 운영하는 카페형 커뮤니티 센터 ‘에코레시피’에서 지역 판화작가의 출판기념회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에코버튼 제공
[헤리리뷰] 예비 사회적기업 에코버튼㈜
최근 사회적 자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 사이에 협력을 촉진시키는 무형 자산이다.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참여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경제의 성장은 서로를 신뢰하고 소통하여 협력할 수 있는 풍부한 사회적 자본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기업 에코버튼㈜이 커온 것도 지역사회의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됐다. 이들이 만들고 풍성하게 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자본이다. 경기도의 예비사회적기업인 에코버튼은 ‘365개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사회의 활력을 창조한다’는 비전 아래 환경을 주제로 소통을 증진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에코버튼의 박기범(32) 대표와 창립멤버들은 2009년 9월 한겨레경제연구소의 청년사회혁신가과정 1기 수료생이다. 유수 대기업에 다니고 있던 청년들이 3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버튼’이라는 프로젝트팀으로 새로운 일을 구상한 것이다. 이들이 처음 생각한 사업취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환경이라는 주제로 소통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환경 주제로 365개 새로운 일상 만들기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나 지역사회의 투자 여건이 열악한 상태에서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은 카페나 대학교 로비에 모여 일해야 했다. 이들이 첫번째 보금자리를 얻게 된 것은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트위터에서 이들의 소식을 접한 독지가가 지하실 창고를 1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로젝트팀이 처음 시작한 일은 ‘사명’을 만드는 것이었다. 창립멤버 4명이 두 달에 걸쳐 끊임없는 이야기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한 문장은 ‘365개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사회의 활력을 창조한다’였다.

먼저 구상한 사업은 ‘수원주말환경놀이터’였다. 환경놀이터는 공터나 공원, 아이들이 잘 오지 않는 놀이터 등의 공간을 활용해서 환경놀이를 중심으로 재능장터, 녹색장터 등의 콘텐츠를 제시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아이들이 여기 와서 놀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공원 등 활용해 재능·녹색장터 조성

하지만 어디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고민하다 무작정 찾아간 곳은 아주대 환경공학과. 시도하고자 하는 일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선뜻 공감하며 재능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지역의 시민단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사회적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주요자산은 인적자원이지만,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은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네트워크, 소통과 협력의 질과 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럼에도 실제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소요 물품 대부분을 가내 수공업 형태로 준비했다. 재활용 가능한 물품으로 부스와 조형물, 놀이도구를 만들어냈다. 북극곰 얼음마법사 놀이, 큐아르(QR)코드 하천살리기 강태공 등의 게임키트를 만들어 아주대 운동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큰 뜻을 품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낙담하던 창립팀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은 아주대 학생들이었다.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시민이 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에 구청의 승인을 받은 뒤 놀이터로 이동해 시민과 만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이 입소문으로 퍼져가며 정착하기 시작했다.

수원 만석공원 내에 있는 ‘에코레시피’.  에코버튼 제공
수원 만석공원 내에 있는 ‘에코레시피’. 에코버튼 제공

환경놀이터 입소문이 구매 주문으로

이렇게 15개월 정도 수원주말환경놀이터를 운영하자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인증이 나왔다. 영국문화원은 아시아태평양 환경혁신가로 선정하며, 환경과 지역을 연결시키는 독특한 모델로 평가하는 등 사회적 성과가 가시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취약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비용을 구성원들의 외부 아르바이트 경비로 충당하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환경놀이가 블로그 등을 통해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행사용 체험놀이 콘텐츠를 구매하려는 단체들이 연락해 왔다. 환경놀이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다.

더불어 친환경 골판지 조형물들을 보고,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행사를 진행하고자 하는 기관들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탄소절감 40%라는 환경 목표를 세운 수원시가 여는 각종 행사의 환경자료 기획,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서 하나둘 비즈니스 모델이 확장되었다.

공원매점이 커뮤니티센터로 탈바꿈

현재 에코버튼은 만석공원 내 카페형 커뮤니티 센터 ‘에코레시피’를 개장해서 운영중이다. 전형적인 공원 매점으로 사용되어 오던 건물이 마을모임이나 각종 지역 행사에 활용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수원시가 공원매점에 적용되는 최고입찰제라는 관례를 깨고, 사회적기업에 입찰을 하도록 허가하고 시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심사제를 도입한 결과다. 공원 안 카페라는 특성으로 변변한 수익을 남기고 있지는 못하지만, 공원 주변 초등학교의 사회배려계층 아이들에게 주말에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환원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다.

흔히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호전문가 한비야의 이야기처럼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것이다. 에코버튼이 365개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사회의 활력을 창조한다는 미션을 잊지 않는 마음은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단단해져가고 있다.

박기범 대표는 “한 사람의 주도적인 의사결정으로 가는 길, 지름길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조금 둘러 가더라도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 함께 진화시켜 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일 자체가 재미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가의 열정과 사회적 자본이 키워내는 ‘에코버튼’의 미래를 기대해 보자.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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