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을 앞둔 메넬 농장의 유기농 사과나무. 건강한 땅과 퇴비의 자양분을 빨아들인 농익은 사과들이 푸른 하늘빛을 잔뜩 머금고 있다.
[헤리리뷰] 대규모 유기농 사과농장의 성공 비결
캐나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600㎞ 떨어진 오커나건 지역. 밴쿠버에서 소비하는 과일의 70%가 미국 접경의 반사막 지역인 이곳에서 공급된다. 트리스탄 메넬은 오커나건에서 3대째 유기농 과수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만㎡의 대규모 농장에 주로 암브로시아 사과를 재배하고, 배와 체리 농사도 일부 짓고 있다.
메넬은 “오커나건에 있는 과수농장의 65%가 유기농업을 하고 있다”며 “겨울 날씨가 추울 때는 영하 15~2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는 무덥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기농 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우리나라보다 병충해가 적은 기후조건을 과수 유기농 성공의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오커나건에 유기농업이 확대된 것은 불과 10년 사이의 일이다. 사과 열매와 잎을 갉아먹는 코드린 나방을 친환경적으로 제압하는 방책이 마련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인근의 불임 나방 생산시설에서 매주 1500만마리의, 알을 낳지 못하는 불임 나방을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사과나무를 해치는 코드린 애벌레의 탄생을 한방울의 살충제 사용 없이 봉쇄할 수 있게 됐던 것이다.
메넬은 이밖에 직접 생산한 닭똥 퇴비로 농장의 흙을 관리하고, 벌레가 많을 때에는 유기질 효소를 발효시킨 미생물 제제를 사용하는 등 유기농 기준을 지키는 데 철저하게 공을 들인다. 가장 품이 많이 드는 잡초 제거를 위해서는 나무 아래를 5㎝ 정도 파주는 기계를 이용한다. 메넬은 “웬만한 병충해는 자연상태로 오래 두면 저절로 천적이 생긴다”며 “성급하게 농약을 살포하면 천적까지 죽이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유기농 시장의 성장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사과 가격은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10년 전 한 상자(362㎏)에 700달러에서 지금은 350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아이스와인용 포도 재배가 늘어나면서, 땅값은 10년 사이 열배가량 뛰어올랐다. 메넬은 “그래도 연간 총수입 110만달러에 25만달러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유기농이 내 인생”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돌아본 이태근 흙살림 회장은 “농식품연구센터에서 불임 나방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이전받아 민간기업이 불임 나방을 대량으로 생산해 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부연구소-민간생산공급업체-유기농가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오커나건/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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