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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이렇게 시퍼런 논두렁 봤나요” 유기농 작물로 고소득 실현

등록 2010-06-28 22:59수정 2010-06-28 23:00

공근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 왼쪽부터 정흥환 현 대표, 변병구 2대 대표, 정현모 초대 대표.
공근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 왼쪽부터 정흥환 현 대표, 변병구 2대 대표, 정현모 초대 대표.
[헤리리뷰] 한국의 마을 디자이너
강원 횡성 공근공동체의 50대 삼총사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리. 마을 언저리로 돌아드니, 가장 먼저 시퍼런 논두렁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잡초가 제법 빽빽해 보이는 곳도 있었다. 전설적인 유기농 생산공동체 마을에 들어선 것이다.

“어디 가서 이렇게 시퍼런 논두렁 볼 수 있나요? 우리는 약(제초제) 안 치고, 예초기로 일일이 깎아주거든요.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지만,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잘 따라줍니다.”

25년 전 농민회원 6명으로 시작

이곳 공근공동체의 대표를 맡은 정흥환(54)씨의 말이다. 공근공동체는 1985년 한살림 창립의 한 축을 맡았던, 한살림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당시 지학순 주교가 이끌던 원주한살림에 유기농을 공급한 최초의 생산공동체로, 처음에는 가톨릭농민회원 6명이 주축이었다.

공근공동체를 찾은 6월 중순. 때마침 마을의 청곡다리 밑에서 천렵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23가구의 회원 가족 50여명이 삼계탕·보신탕·돼지고기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고, 정 대표의 집으로 2차 여흥이 이어졌다.

“마을 모임은 하루 전에 연락해도 100% 전원 참석합니다. 도시로 홍보활동 나가자고 하면 모두 앞장섭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돌아가지요”라고 정 대표가 말했다. 공근공동체는 매달 월례모임을 연다. 그 자리에서 각자 생산 품목을 보고하고, 정보를 교류한다. 품목 변경이 있을 때는 즉시 신고를 해야 하고, 신고의무를 어길 때는 그 품목을 팔아주지 않는다는 엄격한 규칙도 유지하고 있다. 여성들은 별도로 달마다 여성생산자모임을 열고 친목을 다진다.

공근리에서 유기농 재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정현모(57)씨다. 공근공동체의 초대 대표를 맡아 공동체 운영의 초석을 다졌다. “처음에는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다가, 90년대 들어 환경 의식이 높아지고 소득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더군요.”


공근공동체 회원들이 마을의 체험학교에서 밤 시간을 이용해 천연비누 만들기를 배우고 있는 모습.
공근공동체 회원들이 마을의 체험학교에서 밤 시간을 이용해 천연비누 만들기를 배우고 있는 모습.

생산물량 모두 한살림에 납품

그는 “공근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은 안정적인 고소득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실제로 23가구가 63만㎡의 유기농 농사에서만 가구당 연평균 5천만~6천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4천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일부 고령 회원들도 있지만, 1억원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있다. 이들은 한살림 유기농 감자의 70%를 공급하고, 찰벼와 찰옥수수, 고추 등도 생산한다. 한살림 계약재배여서 전량 판로가 확보될 뿐 아니라, 출하 3주 뒤면 통장으로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재미가 더없이 쏠쏠하다. 게다가 집집마다 유기 볏짚으로 사육하는 횡성 한우 수입은 농사 소득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이밖에 마을의 가공공장에서 친환경 누룽지를 생산해 연 4천만원대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깨끗한 시설을 갖춘 농촌체험학교는 평상시에도 한달 이상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근공동체를 이끌어온 두 정씨는 “우리 마을의 주축은 젊은 50대이고 돌아가면서 공동체 일을 맡고 있다”며 “공동체가 화목하게 단합하고 안정적인 소득이 유지되니까 다들 도시로 떠나지 않고 어른을 모시면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근공동체는 전체 23가구 중 절반이 넘는 14가구가 50대로 구성돼 있다. 두 정씨 중간에 2대 대표를 맡았던 변병구(59)씨도 역시 50대이다.

“안정적 소득이 공동체 유지 힘”

공근공동체의 전·현 대표 3총사는 올 해 들어 유기농의 확대 전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웃 상동리의 14농가를 회원으로 신규 가입시켰으며, 2년 안에 회원 수를 200명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공근공동체가 한살림에서 쌓은 최고의 신용과 안정적인 판매능력이 이웃 마을을 유기농으로 전환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웃 마을에도 유기농 전환 설득

정흥환 대표는 “유기농은 너무나 힘든 풀과의 전쟁이자 땅과 물, 환경을 살리는 운동”이라며 “힘들어서 빨리 늙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다가 말면 아니 감만 못하니 계속 가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정현모 전 대표는 “시이오(CEO)보다 높은 게 농사‘꾼’인데, 우리는 아직도 농사짓는 사람이지 농사꾼이 되지 못했다”고 유기농 농사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우리처럼 수입이 보장되면 농사는 또 해볼 만한 직업”이라며 “하나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농사를 이어가겠다는 아래 세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횡성/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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