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리뷰] 녹색생활
전북 진안의 마을만들기 실험
전북 진안의 마을만들기 실험
진안 하면 ‘귀농귀촌 1번지’란 말이 수식어로 따라붙는다. 하지만 농촌과 지역 전문가들 사이에는 진안이 ‘마을만들기의 메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진안은 지난 10년 동안 마을만들기라는 다소 추상적인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 왔다. ‘귀농귀촌 1번지’라는 칭송은 그 결실의 하나일 뿐이다.
진안에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농촌 연구자 및 시민단체 활동가 등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선진지를 견학하겠다는 행렬이다. 2009년 한 해에 진안군청의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를 통한 방문자만도 2000명이 넘었다. 평균 20명 안팎으로 구성된 115개 팀이 사흘에 한 번꼴로 진안을 찾은 셈이다. 이들 중 하룻밤 이상 숙박한 방문자가 1000명을 넘고, 최근에는 일본 연구자들의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
마을축제 등 통해 운영 경험 공유
진안은 2006년에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를 시작한 데 이어, 2008년부터는 진안군 마을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마을축제에는 20개 마을이 참여해 4일 동안 마을사진전, 맷돌두부 만들기, 쇠똥 모닥불놀이 등의 놀이와 함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 포럼 및 지역탐방 등의 행사를 열었다. 축제기간에 2만명의 외부인이 진안을 찾았는데, 올해는 30개 마을로 참여 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마을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행사를 조직하고 숙박시설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진안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두 차례 축제의 구호가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Go!鄕 뿌리를 든든하게 하는 삶’이었던 데서 엿볼 수 있듯이, 진안은 마을의 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마을 이장이나 마을사업의 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을 조직화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역량 있는 지도자들이 하나둘 배출되고 있다. 용담면 와룡마을의 강주현(52) 위원장과 동향면 능길마을의 박천창(50) 위원장이 진안을 대표하는 쌍두마차이다. 이 두 마을은 이미 군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모든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와룡마을은 영농법인에서 생산한 홍삼 진액(엑기스)과 산초 및 달맞이씨 기름 등을 직거래와 온라인으로 판매해,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합원으로 참여한 15가구가 각자 농사 수입 외에 영농법인의 이익 배당과 인건비로 각각 1000만원 가까운 순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와룡마을 쪽은 영농법인에서 얻는 이익금이 가구당 1000만원을 넘을 경우 마을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와룡·능길마을은 전국적 유명세 능길마을과 박 위원장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박 위원장은 60억원 규모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유치하고, 2008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굵직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 참여자가 지난해 2만5000명을 넘어섰으며, 연매출이 4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홍삼 가공공장을 세우고 슬로푸드 체험관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농촌마을 소득사업의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다. 진안에서 진행중인 마을 사업은 모두 7가지. 60억원 규모의 능길권역 마을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산촌생태마을 사업 등에 모두 30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마을의 향토자산을 구석구석 조사해 정리하고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고 가게 간판을 정감 넘치게 디자인하고 작은 도서관을 개설하는 등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꾸미는 백운면의 에코 뮤지엄 사업도 이 중 하나이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산골 지자체에서 단기 성과가 미미한 마을만들기 구상을 10년째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다. 지자체마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는 토목공사를 벌이고, 억대 농부 지원책을 펴고, 수십만 행락객을 끌어들이는 떠들썩한 축제를 기획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후임자간 정책 계승도 한몫 진안의 마을만들기가 지금의 틀을 잡은 것은 정책과 사람의 지속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수진 전 군수가 2001년 시동을 건 사업을 2006년 후임으로 들어선 현 송영선 군수가 본격적으로 확대 계승했던 것이다. 지역 정치에서 전임자의 역점사업을 잘 살려나간다는 것은 아름답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2001년 마을만들기 정책의 기초를 세웠던 유정규 박사(경제학·현 지역재단 운영이사)에 이어 2004년 말부터는 지금의 구자인 박사(농학)가 장기 계약직으로 마을만들기의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7년에는 정책기획단과 산하의 마을만들기팀이란 공식 조직을 신설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특히, 군 마을만들기팀의 곽동원 팀장과 이호율씨 같은 공무원들이 10년째 마을만들기에 투신하고 있다는 점도 보기 드문 일이다. 진안의 마을만들기가 활짝 꽃을 피우기까지는 아직도 지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종국적으로 주민 중심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강주현 위원장의 용담마을도 알차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마을 규모(23가구)가 작고, 박천창 위원장의 능길마을은 귀농귀촌자들과 마을 주민들이 각종 수익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수익을 올리는 단계로 언제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구자인 박사는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가장 큰 성과는 스스로 움직여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실패를 겪을 것이나,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간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와룡마을은 영농법인에서 생산한 홍삼 진액(엑기스)과 산초 및 달맞이씨 기름 등을 직거래와 온라인으로 판매해,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합원으로 참여한 15가구가 각자 농사 수입 외에 영농법인의 이익 배당과 인건비로 각각 1000만원 가까운 순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와룡마을 쪽은 영농법인에서 얻는 이익금이 가구당 1000만원을 넘을 경우 마을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와룡·능길마을은 전국적 유명세 능길마을과 박 위원장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박 위원장은 60억원 규모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유치하고, 2008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굵직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 참여자가 지난해 2만5000명을 넘어섰으며, 연매출이 4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홍삼 가공공장을 세우고 슬로푸드 체험관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농촌마을 소득사업의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다. 진안에서 진행중인 마을 사업은 모두 7가지. 60억원 규모의 능길권역 마을종합개발사업을 비롯해 산촌생태마을 사업 등에 모두 30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마을의 향토자산을 구석구석 조사해 정리하고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고 가게 간판을 정감 넘치게 디자인하고 작은 도서관을 개설하는 등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꾸미는 백운면의 에코 뮤지엄 사업도 이 중 하나이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산골 지자체에서 단기 성과가 미미한 마을만들기 구상을 10년째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일이다. 지자체마다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는 토목공사를 벌이고, 억대 농부 지원책을 펴고, 수십만 행락객을 끌어들이는 떠들썩한 축제를 기획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후임자간 정책 계승도 한몫 진안의 마을만들기가 지금의 틀을 잡은 것은 정책과 사람의 지속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수진 전 군수가 2001년 시동을 건 사업을 2006년 후임으로 들어선 현 송영선 군수가 본격적으로 확대 계승했던 것이다. 지역 정치에서 전임자의 역점사업을 잘 살려나간다는 것은 아름답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2001년 마을만들기 정책의 기초를 세웠던 유정규 박사(경제학·현 지역재단 운영이사)에 이어 2004년 말부터는 지금의 구자인 박사(농학)가 장기 계약직으로 마을만들기의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7년에는 정책기획단과 산하의 마을만들기팀이란 공식 조직을 신설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특히, 군 마을만들기팀의 곽동원 팀장과 이호율씨 같은 공무원들이 10년째 마을만들기에 투신하고 있다는 점도 보기 드문 일이다. 진안의 마을만들기가 활짝 꽃을 피우기까지는 아직도 지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종국적으로 주민 중심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강주현 위원장의 용담마을도 알차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마을 규모(23가구)가 작고, 박천창 위원장의 능길마을은 귀농귀촌자들과 마을 주민들이 각종 수익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수익을 올리는 단계로 언제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구자인 박사는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가장 큰 성과는 스스로 움직여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실패를 겪을 것이나,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간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대 지역디자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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