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오른쪽)이 2015년 화웨이의 런던 지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올해 중국 기업들의 역내 회사채 디폴트(부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데 이어 역외 달러채 디폴트 규모도 사상 최고치인 86억 달러(18일 기준)에 이르렀다고 국제금융센터가 23일 전했다.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역외 달러채 발행 잔액은 2018년 6454억 달러, 2019년 7623억 달러에서 2020년 8612억 달러로 늘었다. 올해 신규 발행은 2135억 달러로 작년(2137억 달러)과 비슷하지만, 디폴트율은 1.1%로 작년의 두배 수준이다. 2018년과 2019년의 디폴트율은 각각 0.6%였다.
발행 주체별로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암묵적 보증을 받았던 지방정부 국유기업의 디폴트율이 높아 1.5%에 이르렀다. 한 예로 베이징 칭화대 소유인 국유 반도체 기업(Tsinghua Unigroup)은 지난달 16일 13억 위안 규모의 채권 디폴트를 선언하고 이달 10일 4억5천만 어치 달러채의 원금 상환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디폴트 규모는 최대 24억5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과 부동산 쪽이 많아 전체 디폴트 규모의 34%, 21%를 차지했다. 중국 역외 달러채 발행 잔액의 17%가량이 내년 중 만기에 이르며, 그중 부동산 분야 비중이 3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역외 달러채 디폴트 규모 자체는 아직 크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디폴트를 용인하고 있어 역외 디폴트가 늘어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아시아 크레딧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역내외에서 내년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많고 앞으로 1년 안에 원리금 상환 여력이 불확실한 채권 규모가 총 485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가 외국기업책임법, 블랙리스트 기업 투자금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지적했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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