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카먼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부총재(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화가 뚜렷한 퇴조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석학은 26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패러다임 변화와 금융의 미래’ 포럼에서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1세기 초에는 세계화가 불가피하고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량이 총생산 대비 줄어들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가 만든 경제가 ‘예비 타이어 없는 자동차’와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제가 없을 때는 잘 작동하지만, 문제가 생기는 순간 회복력이 없다”고 말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온라인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경제불황은 장기적이고 극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새 경제체제의 비전과 관련해 “단순히 이전 경제로의 원상복귀가 아니라 보다 평등하고 친환경적이며 지식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인하트 부총재도 코로나19 사태에 미-중 간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까지 겹쳐 세계화가 퇴조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는 방역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과 글로벌 자본이동 위축, 개발도상국의 높은 변동성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경기회복 시점과 관련해 “반등과 회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로 인해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일 수 있으나 이것은 완전한 회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위기 이전으로 회복하는 데 미국은 5년 정도 걸렸으나 일부 유럽국가들은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의 경우 4~6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소득층과 영세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역진적”이라며 “소득불평등 문제가 여러 국가에서 더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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