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이 1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최대 규모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유 및 가스 시추회사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펀드의 재정적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투자배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어 “정부는 노르웨이 경제에서 유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분야 탐사 및 생산 회사를 정부연금펀드글로벌(GPFP·노르웨이 국부펀드) 투자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영구적인 유가 하락으로부터 오는 공공재산의 취약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한 에너지 섹터를 파는 것보다 석유와 가스를 시추하고 생산하는 회사를 파는 것이 정확하다”고 했다. 다만 노르웨이 재무부는 “이번 결정이 유가와 미래 수익성 또는 석유 부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특정 견해를 반영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결정은 다양화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배제 결정은 노르웨이 은행이 지난 2017년 11월 재무부에 국가자산과 관련된 유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석유 및 가스 부문을 국부펀드 벤치마크 지수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노르웨이 경제학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은 이를 반대했지만 여러 기관의 자문 등 공공 협의 과정을 통해 결정됐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걸음이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기금의 재정적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큰 손’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배제 결정이 알려지자 세계 주식 시장은 영향을 받았다. 석유시추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방침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이날 에너지주가 1.95% 하락했다.
노르웨이 재무부의 이번 결정은 기후 위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보도자료 말미에 “기후위험을 국부펀드의 재정적 위험요소로 판단했다”며 “국부펀드가 투자하는 여러 회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노르웨이 은행에 기후위험과 관련한 노력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2013∼2015년에 매출액의 30% 이상을 석탄분야에서 올리는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누리집을 보면, 수익성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책임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책임투자 가운데 중요한 요소로 기후변화와 어린이 권리, 인권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투자한 전세계 기업 주총 등에서 지난해에만 1만1287건의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북해 유전에서 나오는 세금과 탐사권 수입, 배당금 등의 수입을 기반으로 지난 1990년 설립됐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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