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현재 진행중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협상 시도가 13일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탈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오는 3월29일 노딜 발생시 즉각 한국산 수출제품 등 모든 국가의 물류가 완전 중단되는 ‘동결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미주유럽팀)은 12일 내놓은 ‘최근 브렉시트 협상 전개과정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3월29일 시한인 브렉시트 국면이 다양한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지만, 어느 경우나 공통적으로 노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유럽연합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의 육상 국경통제에 대한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의 경우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역사적·정치안보적 특수 관계를 고려할 때 어떤 형태의 국경통제 부활도 양국 안정을 위협하는 난제라서 노딜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재협상안의 핵심쟁점이다. 지난 1월15일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이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정부·의회가 1월 29일에 마련한 수정안을 들고 유럽연합과 13일까지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안전장치에 관한 재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연합과의 재협상이 성공할 경우 메이 총리는 오는 14일 재협상 내용을 영국의회에서 다시 표결에 부치고, 여기서 가결되면 3월29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전환기 이행기간(2020년 12월31일까지)에는 영국이 유럽연합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체제에 잔류하게 된다. 재협상이 불발되면 같은 14일에, 1차 부결됐던 기존 합의안에 대해 영국의회에서 다시 한번 승인투표를 강행해 재논의에 부칠 예정이다. 노딜 가능성이 더 커지는 셈이다. 물론 영국과 유럽연합이 노딜 부담을 고려해 탈퇴일을 연기·조정하는데 합의할 가능성도 있고, 브렉시트가 두번째 찬반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여러 조건과 상황을 볼 때 어떤 시나리로든 노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이 즉시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제외돼 우리 수출기업의 대영국 및 대유럽연합 교역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합의된, 즉 질서 있는 브렉시트의 경우 2020년 말까지 이행기간에는 한-EU FTA가 영국에 계속 적용되지만, 노딜이 발생하면 영국과의 직접교역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제3국 및 유럽연합을 통한 간접교역을 해온 우리 기업들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김 연구위원은 “노딜이 되면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즉각 관세장벽이 생겨나고, 브렉시트 당일에 물류가 완전 중단되는 동결효과 충격이 일어날 것”이라며 “영국과 교역하는 우리 수출·수입 기업에도 생산·물류의 일시 중지 및 세관통관 지연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최초 충격이 해소되더라도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교역상품의 비용 상승을 불러와 한-영 교역을 지속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이 영국에서 취득한 자동차 형식승인을 비롯한 각종 인증이 유럽연합 시장에서 유효성을 상실하게 되고, 금융부문에서도 영국에 진출한 우리 금융기관들이 더 이상 유럽연합 내 실시간 지불체계 등 결제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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