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브렉시트(Brexit) 협상 합의안이 끝내 비준을 받지 못한 채 실패하고 ‘합의 없는 탈퇴’(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연합의 총생산이 1.5~1.6%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이 펴낸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25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영국 정부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합의안을 승인했지만 영국 내 정치적 반대가 커 무질서한 탈퇴(No Deal Brexit)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브렉시트의 향방을 둘러싼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영국이 유럽연합과 탈퇴 협상에 합의하고 내년 3월까지 영국내 비준이 이뤄지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11월25일 합의안)로, 영국이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과도기간을 두고 한시적으로 잔류(backstop)하는 방안이다. 영국-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국경통행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이 도출될 때까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남는다는 것이다. 관세동맹 잔류안은 영국정부가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브렉시트의 기본정신을 일부 포기하는 선택으로, 영국은 제3국과 자유무역협정 등을 체결할 때 유럽연합의 일부로서만 참여할 수 있을 뿐이고 독자적인 통상조약 체결은 불가능하다.
두번째 시나리오인 ‘하드(Hard) 브렉시트’는 내년 3월까지 합의·비준을 끝내고 과도기간 동안 영국이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여전히 질서있는 브렉시트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노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과의 합의·비준에 실패하고 영국이 다자무역체제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국가로 남는 무질서 퇴각 방안이다.
브렉시트가 유럽연합(총 27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에 미칠 충격을 보면, 영국이 유럽연합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총생산 감소가 0.04%에 그치겠지만 ‘노딜 브렉시트’로 갈 경우 최대 1.5~1.6%로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상했다. 영국 영란은행은 ‘합의 없는 무질서 이탈’ 시나리오에서 영국 실질 국내총생산은 최대 8%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영국정부가 유럽연합과 이미 합의한 관세동맹 잔류 시나리오를 놓고 영국 의회 의원들의 반대가 높아 내년 1월로 예정된 합의안 의회 비준은 불확실하고,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메이 영국 총리가 반대파 설득을 위해 유럽연합 쪽에 추가적인 양보를 계속 부탁하고 있으나, 유럽연합 정상들은 재협상 불가 방침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어 추가 양보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에 따른 무역부문 충격을 보면, 관세부담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비관세장벽 도입에 따른 수요 감소, 국가간 공급사슬(supply chain) 변화,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의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유럽연합의 영국시장 수출은 9.6%(벨기에 11.3%, 독일 10.1%, 헝가리 10.1%, 프랑스 8.9% 등)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원국별로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일랜드, 네덜란드, 덴마크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산업별로는 영국시장 수출비중이 높아 단기간 안에 수출 대체지를 확보하기 어렵거나 영국 기업과의 국가간 분업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농식료·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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