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은행 제이피 모건은 최근 금융위기 10년을 돌아보는 글을 내고 “우리는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금융 시스템으로 다음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은행시스템이 이전보다 강력해졌다고 했다. 제이피 모건 누리집 캡처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뒤 10년이 지난 지금, 주요 선진국의 투자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8년 9월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파산하면서, 전세계 증시는 폭락하고 기업은 쓰러지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은 바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낸 ‘글로벌 포커스’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고정투자가 2010∼2017년 연평균 2.7% 증가해 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연평균 2.8%와 유사한 증가세를 회복했고, 지난해 투자규모는 금융위기 직전에 견줘 8% 가량 높은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의 고정투자 증가는 건설투자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체 투자를 견인한데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고정투자(총고정자본형성)는 건설투자·설비투자·무형고정투자로 구성되는데, 장기적으로 지속적 생산 능력을 가늠하는 자본의 밑거름이 된다. 특히 설비투자가 늘면 기업의 생산과 함께 고용 및 소득도 증가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미국의 회복세가 뚜렷했다. 미국의 고정투자는 2010∼2017년 연평균 5.2% 증가해 지난해에는 3조2000억달러를 기록해 전세계 금융위기 직전(2007년) 2조7000억 달러보다 높았다. 일본의 고정투자도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 출범과 함께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유로 지역의 고정투자는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가 닥치면서 부진을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2010∼2017년 연평균 1% 증가에 머물렀고 절대투자금액이 지난해 2조1000억유로로 2007년(2조3000억유로)에 견줘 적었다.
선진국의 투자 회복 기조가 지속될지 여부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글로벌 무역분쟁 및 불확실성 증대 등의 리스크 요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본격화될 경우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자금 조달 측면에서 투자여건이 제약될 수 있다. 오이시디 회원국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고정투자 비중은 21.2%(2016년 기준)로 금융위기 이전의 22.7%보다 아직 낮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5일 금융위기 10주년을 맞아 한 연설에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리더들은 위기 이후 새로운 시대를 직면하고 있는만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며 “규제가 낮춰질 가능성과 불평등이 커지는 것, 보호주의 무역 등의 도전과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면 우리가 과연 리먼 사태에 따른 교훈을 충분히 습득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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