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터키 등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잦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터키가 만성적인 금융위기로 빠져들고 있어 그 고통이 얼마나 멀리 파급될지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배 높인다고 하자,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한때 달러 대비 17%까지 떨어졌다. 터키 시민들은 이미 불안감을 느꼈고 터키 이스탄불의 은행들은 이전보다 큰 폭의 외화 인출 요청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리라화의 급락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켰고 세계 증시는 10일 일제히 하락했다.

터키 경제는 이전부터 좋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가 실패하는 등 정치상황이 불안하자 세계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면서 터키 경제는 휘청였다. 또 ‘간첩 혐의’를 받는 미국인 목사 석방 문제와 시리아 사태 등을 두고 미국과 반목하는 것도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위협으로 길들일 수 없다”고 11일 말했다.

터키의 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될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증권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터키는 1년 반 사이 통화가치가 절반으로 약해져 환율만 따져도 터키가 부담해야 하는 부채가 두배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달초 재무부 장관으로 자신의 사위를 임명한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효진 에스케이증권 연구원은 “터키의 불안이 본격 외환위기로 확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분간 불안한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 은행들의 대출이 상당한 만큼, 터키 불안은 유럽 은행주의 주가 하락과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터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금융불안 확대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도 이달초 나왔다.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 배경 및 위험요인 점검’ 보고서를 보면 “미국발 무역갈등 고조 등 대외 리스크의 확대는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 촉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미 아르헨티나는 2001년 페소 위기에 이어 다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체제에 돌입하였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터키,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또한 금융불안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무역갈등 고조는 특히 중간재 수출 중심의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불안 심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갈등 악화로 미국 및 중국의 수입 규모가 동시에 감소하는 경우 지(G)2 무역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주요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을 통한 대미 간접수출 비중은 대만(6.3%), 말레이시아(4.1%), 한국(3.2%) 등에 달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