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글로벌경제씨에게 물어봐
트럼프 “중국은 내줄 게 많다”
2차 무역협상 큰소리쳤지만
중 “미국산 원자재·농산물 수입 확대”
구체적 수치 없이 휴전 이끌어내
미, 대중 무역전쟁 패배 논란 일자
‘자동차 관세폭탄’ 회심의 반격
세탁기·철강·알루미늄 이어
전세계 수출전선에 일망타진 청구서
트럼프 “중국은 내줄 게 많다”
2차 무역협상 큰소리쳤지만
중 “미국산 원자재·농산물 수입 확대”
구체적 수치 없이 휴전 이끌어내
미, 대중 무역전쟁 패배 논란 일자
‘자동차 관세폭탄’ 회심의 반격
세탁기·철강·알루미늄 이어
전세계 수출전선에 일망타진 청구서
“중국은 너무 버릇이 없어졌다.”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2차 협상이 워싱턴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지난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중국은 늘 미국한테 원하는 것을 100% 얻었다. 더는 이를 허용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미-중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이렇게 썼다.
“미국은 중국에 더는 줄 게 없다. 오랜 세월 너무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줄 게 많다.”
이틀간의 협상이 끝났다. 그런데 양국은 협상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19일에야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발표가 하루 늦어진 것은 중국이 무역흑자 감축 목표 수치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17일에 기자에게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2천억달러 줄이겠다고 이미 제안했다’고 말했는데, 이틀 뒤 ‘숫자는 대충의 추정치였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김칫국부터 마셨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부터 2017년 기준 375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2019년 6월까지 1천억달러 줄이고, 2020년에는 2018년 대비 2천억달러 줄이라고 중국에 요구했다. 중국의 관세율도 미국 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한 바 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이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천연가스, 원유 등 원자재와 대두(콩) 등 농산물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 “향후 몇년 동안 우리 농부들에게 일어날 최선의 것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0일 텔레비전에 출연해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는 동안에는 추가 관세 발동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에서 ‘주적’은 중국이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65%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한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국의 모든 상품에 3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던 트럼프의 요구에 따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22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 1300개 항목에 대해 25%의 관세(액수로는 약 500억달러, 53조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5월17~18일 2차 협상 결과는 트럼프의 판정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에서 생산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두에서 50억달러, 화석연료에서 90억달러 정도 수출을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적자 감축 목표 2천억달러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그저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입처를 바꾸면 될 뿐이라 별 부담이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을 이끌어낸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가 최고의 승자라고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경제 해설가 그레그 입은 “중국이 트럼프의 급소를 찔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3월23일 연간 수입 규모가 500억달러(약 53조원)에 이르는 미국산 대두, 자동차, 화공품 등 14개 부문, 106개 품목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러스트벨트(제조업이 퇴락한 지역)의 백인 하층 노동자들과 농업지역(팜벨트)의 지지를 모으고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 중국은 해당 지역 경제에 타격을 가하는 보복전으로 맞선 것이다. 큰소리를 뻥뻥 치던 미국은 별로 얻은 것 없이 ‘휴전’을 선언했다.
21일 다우지수는 298달러(1.2%) 올랐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기계 회사 캐터필러, 항공사 보잉, 기계·항공업종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3개사의 주가 상승분이 그 가운데 120달러를 차지했다.
미국이 얻은 게 없다는 언론의 평가에 트럼프와 대중국 강경론자인 참모들은 발끈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의 휴전 선언 몇 시간 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패배 논란이 확산되려는 순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관세’라는 새로운 카드를 끄집어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는 대중국 무역전쟁과는 별개로, 자잘한 전리품을 계속 챙겨 자랑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는 태양광 패널,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처를 취했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인데, 먼저 관세폭탄을 터뜨린다고 엄포를 놓은 뒤 국가별로 따로 협상을 하여 실리를 챙기는 전술을 쓰고 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협상과 연계해두었고, 한국과는 한국이 수출 물량을 30% 줄이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수입쿼터를 설정하거나 관세를 올려, 물량을 10% 줄이는 방안을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의 이런 협상 전략은 무역 상대국이 공동대응을 하기 어렵게 하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또 고율의 관세 부과를 통한 전면적인 수입 규제가 미국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세탁기,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트럼프가 꺼내든 ‘자동차 관세’ 카드는 중국 외에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트럼프는 23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 관련 산업의 신기술 연구개발 능력을 떨어뜨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가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관세는 일반 자동차가 2.5%, 트럭이 25%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2차 협상이 시작되기 전인 이달 11일 자동차 카드를 꺼내들 것임을 슬쩍 예고한 바 있다. 우선은 자동차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상대국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겨냥해 내놓은 카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독일, 일본,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고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들도 트럼프의 청구서가 어떤 내용으로 날아올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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