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2일 서울 중구 다동 빗썸 고객센터 앞의 가상화폐 시세판.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가상통화 투자가 세계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 공조’를 통한 규제로 해법을 찾아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오는 3월 19~2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각)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한 자리에서 “(가상통화 불법 행위) 문제를 주요 20개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와 공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 회의에서 비트코인 규제 논의를 할 것을 공식 제안했고, 독일과 영국도 이에 동의했다. 김윤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4일 “(가상통화와 관련해) 주요 20개국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재무장관회의) 의제가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가상통화는) 국경이 없는 문제이기에 논의할 만한 주제”라고 설명했다.
주요국들은 가상통화 관련 법 체제와 규제를 마련 중에 있지만 법적 지위 규정과 과세 방안 등을 놓고 나라별로 엇박자를 보이는데다,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이 별도로 마련되지 못해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주요국은 가상통화 거래에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여, 부가가치세 부과에서 거래금지까지 다양한 수위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은 가상통화 취급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한다. 독일과 싱가포르는 가상통화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 초점은 거래소 규제에 맞춰져 있다. 최저 자본금, 재무건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등록을 인가함으로써 거래소 난립을 방지한다. 등록된 거래소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자산보호 의무 등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5000달러의 등록수수료, 사업자 정보, 고객의 자산 보호를 위한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만 거래소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텍사스증권위원회는 최근 영국계 가상통화회사인 비트커넥트가 주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권판매업 긴급중단명령을 내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반자금세탁규제안에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고객정보와 거래내역 공개 의무 등을 포함시켰다. 독일의 경우 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거래소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하는 등 강경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반면 네덜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중앙은행이 자체 가상통화를 개발하는 등 제도화에 적극적이다. 비슷한 태도를 보여온 덴마크는 최근 가상통화가 과열되자 부정적인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일본 정부는 가상통화를 제도적 틀 안에서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가을부터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26일 기준으로 16개사가 등록을 마쳤다. 거래소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최소 1000만엔(약 958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고객에게 받은 돈과 가상통화는 분리해서 관리해야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금융청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서 가상통화는 거래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으나, 법적 통화는 아니라는 요지의 정의도 내렸다.
중국은 그동안 비트코인 채굴이 세계 최대 규모로 이뤄져온 곳이지만, 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수준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런 탓에 현재 중국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장외(OTC) 거래만 가능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9월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모두 운영을 중단했다. 새해 들어서는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시켰고, 저가의 전기 요금과 노동력 등의 장점을 이유로 중국에 밀집했던 채굴업체들은 새로운 거점을 알아봐야 할 상황이다. 당국은 국외에서의 가상화폐공개에도 손을 뻗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014년부터 연구팀을 꾸려 자체 가상화폐를 시험하는 등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가상통화의 법적 지위에 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과세와 거래소 폐쇄 특별법 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한광덕 정은주 기자, 도쿄·베이징/조기원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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