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6일(현지시각) 오는 10월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셔 부의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이에 따라 연준 지도부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피셔 부의장이 물러나면 연준 이사 자리 7개 가운데 4개가 비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랜들 퀄스 감독 담당 부의장 후보는 현재 의회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연준 이사의 이런 공석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준 지도부를 대폭 개편할 기회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재닛 옐런 의장이 다시 지명될 가능성이 낮아져 더 그렇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 중인 금융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는 연설을 한 뒤 재지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래저래 연준 통화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추진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
피셔 부의장은 그동안 연준에서 매파적(상대적으로 긴축을 선호) 성향을 나타냈으며, 이 때문에 옐런 의장과 가끔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옐런 의장과 함께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얼마 전 <파이낸셜 타임스>와 한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완화 움직임을 두고 “극도로 위험하고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카고대학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출신의 피셔 부의장은 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와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시티그룹 부회장, 이스라엘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그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시절 제자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때 수석부총재로 관여하기도 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