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영국중앙은행 총재)이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 영국중앙은행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금융감독 기준을 만드는 국제기구의 하나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3일 세계금융위기를 낳는 데 큰 구실을 한 그림자금융의 위험을 해소하는 데 상당부분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그림자금융은 일반은행처럼 대출 등을 하지만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아 붙여진 이름인 그림자은행의 금융 활동을 일컫는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20개국(G20)을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추진된 금융시장 개혁 작업이 큰 성과를 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마크 카니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영국중앙은행 총재)은 특히 “위기의 중심에 자리했던 그림자금융의 해로운 행태들이 더는 세계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위험 요소가 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연례보고서를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낼 예정이다.
그림자금융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미국 보험사인 에이아이지(AIG)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에이아이지는 금융위기 전 서브프라임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금융상품(신용부도스왑 등)을 대량으로 판매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위기가 짙어지면서 이것이 뇌관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고 결국 미국 정부로부터 18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부실위험 자산을 숨기기 위해 부외 상품을 활용하는 관행을 중단하도록 한 것 등이 그것이다. 카니 의장은 “이제 그림자금융에 남은 것은 복원력이 있고 시장에 토대를 둔 (매우 유용한) 금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니 의장은 일반은행들도 긍정적인 변화를 많이 보였다고 했다. 정례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고 자본을 확충해 위기 전에 견줘 체질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은행들이 상당히 튼튼해지고 풍부한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며 “대마불사를 끝내야 한다는 합의가 세계적으로 이뤄진 결과 이들은 시장규율에 더 잘 따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금융개혁이 완성되지는 않았다며 감독 당국이 “개혁 피로감”에 굴복하면 경제성장이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역외 파생상품의 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은행자본 규제 기준인 ‘바젤3’ 개혁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주요7개국(G7)이 주도하던 금융안정화포럼(FSF)을 20009년 주요20개국 정상들의 합의에 따라 확대·개편한 기구로 미국, 독일, 한국 등 24개국과 국제통화기금, 국제결제은행 등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