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29일(현지시각) 유럽경제 회복세가 진전되고 있지만 “통화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데 대해 굳게 확신한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에서 유로를 화폐로 쓰는 유로존 경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이 다음달 8일 열리는 정책위원회에서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경기가 나아지며 독일을 중심으로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정책금리 등 유럽중앙은행의 부양책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왔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이 다음달 회의에서 부양책 조정과 관련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 관심을 기울여왔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16분기째 확장세를 보이고 실업률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9.5%를 나타내는 등 긍정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도 상승률이 1.9%에 이르러 유럽중앙은행 목표치(2% 바로 밑)에 다가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물가 오름세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며 아직은 기조적으로 상승세가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진단을 토대로 유럽중앙은행이 당분간 통화부양책을 계속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은 성장이나 고용안정이 아닌 물가안정이다.
하지만 독일 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부양책이 “원칙적으로는 여전히 타당하다”면서도 “정책위원회가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제 고려할 것인지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에둘러 부양책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