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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글로벌워치

“인도는 한국이 궁금하지 않다”

등록 2023-06-20 19:30수정 2023-06-22 08:16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인터뷰

“미·중 갈등 지형에서 떠오르는 인도
지역패권국가 인도를 공략하기 쉽지 않아”
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인도 철학을 전공한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은 한국 사회에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국내 대표 인도 전문가이다. 아시아연구소는 매주 정책연구보고서인 ‘아시아 브리프’를 펴내고 있다.

세계은행은 2023~2024 회계연도 인도 경제성장률을 6.3%로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한국무역협회와 인도산업협회가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 국내외 모두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가 뜨면서 강 교수도 바빠졌다. 지난해 중반부터 경제유튜브 삼프로 티브이(TV)와 지상파 방송사 경제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지난 1일 <한겨레>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만난 강 교수는 인도에 대해 “미·중 갈등 속 다극화되는 국제 정세에서 인도의 지역패권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소비 시장이 크니까 인도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기업이 공략하기 어려운 나라이며 다원적인 나라이다. 인도 현실에 대해 냉철한 인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20년 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주목을 받았는데, 다시 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한국은 인도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브릭스가 뜰 때도 브라질·러시아 등 자원대국에 더 많이 주목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가 ‘사드’ 문제로 중국과 멀어진 한국이 탈출구를 찾다보니 최근에 인도가 이슈가 된 느낌이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에게도 세계 3강을 자처하는 인도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가 달라진 것은 물건을 사는 시장으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력을 가진 인구가 얼마나 있냐로 초점이 바뀌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5년 가량을 연 8%씩 고도 성장했다. 아직도 높은 편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 대해 불신이 조금은 사라진 배경에는 2017년 상품서비스세(GST) 도입을 들 수 있다. 이전에는 주마다 간접세가 달랐는데 이때 통일이 됐다. 지방정부가 부과하던 것을 중앙에서 통일하다보니 배분의 문제가 생겼지만, 단일 시장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외국 기업들이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 인도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현재 어떤 수준인가.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인도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14억 인구 중에 3~4억 인구라고 하는데 이 개념을 조심히 살펴봐야 한다. 인도의 중산층은 신흥 부유층이다. 전통 부자가 아니라 인도 경제가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되면서 등장한 부유층을 부르는 용어이다. 우리가 생각하듯이 중간 소득 분위의 사람들이 경제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외국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극소수로 맨 상층, 외국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외국 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제조업 발달이 되지 않아 실제 중간층 사람들도 경제적으로 어렵다. 이하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생계를 위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직은 사회 전체적으로 투명성이 떨어지고 이직율도 높은 사회다. 소비수준이 높아졌지만 상대적이다. 1970년대 한국은 1950년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살기 좋아졌지만 절대적으로 살기 좋은 시절이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현재 인도 국민 1인당 국민총소득이 약 2300달러인데 5000달러까지는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중국(1인당 국민총소득 1만3000달러)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카스트 제도(신분제) 등 인도만의 사회·문화 배경은 기업 활동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나.

“카스트 제도는 고정적이지 않다. 자본주의 세상이 되었으니 상위 계급은 ‘능력주의’로 옮겨갔다. 계급이 높다는 것뿐 아니라 명문학교 나와서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기득권자들이 경제력을 가지고 교육을 하며 계급을 세습하기 때문에 사회 불만이 만들어지는데, 극단적 힌두주의를 이용해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경제 발전이 힌두주의·국수주의로 얽혀있다. 현재 인도 여당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이때문에 국수주의와 시장주의가 혼재되어있는 사회이다. 동시에 전반적인 부정부패를 부정할 수 없고, 의사결정이 느리다. 실업률과 이직률이 모두 높아 안정적 기업 운영이 쉽지 않다.”

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인도 시장의 또다른 특징이 있나.

“가격 민감도가 굉장히 높은 시장이다. 인도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여러개 다니면서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를 한다. 소비재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을 기대하면 안 된다. 한국 상품은 유럽의 명품들만큼 이름값을 못하고 지배력도 두드러지지 않다. 삼성 제품이 고가 제품이고 성능이 좋다고도 생각하지만 중국과 점유율을 나누는 정도이다.

전력·도로 등 사회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다. 다만 아다니 그룹을 중심으로 최근 태양광·풍력 발전 조성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를 만드는 데 잠재력이 있다고 주목받고 있다.”

- 인도는 세계 경제 3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는데, 인도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봐야하나.

“인도는 세금을 못 걷으니까 재정 적자이고 물건을 만들지 못하니 무역 적자가 심하다. 상시 쌍둥이 적자국이다. 그렇지만 경제 성장률이 높은 이유는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FDI)가 꾸준히 높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달러가 확보되기 때문에 나라가 흔들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인도 산업정책은 여전히 ‘자립 인도’이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생각하고 수출 지향 산업정책이 낯설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이래 줄곧 ‘메이크 인 인디아’라는 목표로 외국의 지원으로 인도 내 제조업을 육성시키고자 했다. 인프라 투자를 국가가 못하기 때문에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활용해 다른 기회·방법을 찾는다면 미래는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직접 투자가 꺾인다면 다같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투자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따져볼 게 많다.”

- 인도가 한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원하나.

“인도는 한국이 ‘안물안궁’(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세계 3강 강대국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 크게 관심이 없다. 일본이 인도에 투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는 양자원조 규모의 절반을 넘는다. 한국은 존재감이 없다. 한국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기 때문에 첨단 공정 공장을 유치하고 인도 자국 산업의 발달을 끌어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망한 일이다.”

- 한국 기업 중 인도에서 영향력이 있는 기업들은 누구인가.

“현대차·기아가 1990년대 후반 진출한 뒤 2022~2023년 70만대 넘게 차량을 판매했다고 한다. 인도 내 56만대, 아랍·유럽 등으로 수출을 15만대가량 했다. 인도 입장에서는 현대차·기아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자동차 산업도 키워주고 ‘메이드 인 인디아’ 이름으로 수출하니 시비 걸 것이 없다.

인도 사람들 대다수는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또 밤에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핸드폰 게임을 많이 하는데 한국 게임 기업 ‘크래프톤’의 ‘배틀 그라운드’ 게임이 인기가 많다. 인도 내에서도 펀드 운용 사례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래에셋금융도 있다.

- 인도는 전기차 전환이 어렵지 않나.

“인도차는 전기차가 의미가 없다. 릭쇼(인력거)가 전동화가 되어야 한다. 사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게 급한가, 이륜·삼륜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게 급하냐하면 후자이다. 충전 인프라를 갖춰야 전기차가 가능한데 인도에는 배터리 산업이 없다. 인도에서 전동화를 말하는 것은 아직은 ‘정치쇼’이다. 전력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고 도로 정비와 도로 위 소를 치우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인도의 잠재력은 무엇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위치의 잠재력은 크다. 인도를 넘어서 남아시아의 자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인도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도 현지 파트너를 통한 접근이 효율적이다. 이들 지역·사람을 잘 아는 한국인이 필요한데, 사실 그런 ‘맨파워’가 우리는 너무 약하다. (미·중·유럽 외) 확장적 국제질서를 구축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

- 인도는 한국 기업에게 기회의 땅인가.

“한국·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인 세파(CEPA)를 체결했지만 기대했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인도의 실망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통 인도를 가리켜 ‘기회의 땅’이라고 쉽게 말한다. 국가 전략적으로 볼 때 인도는 남아시아 전체를 보고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은 타게팅을 명확히 해서 현장성을 가진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도 사람들과 협상하기 쉽지 않다. 공들이지 않으면 어려운 시장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노력 대비 보상이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용 상품, 소비재 상품으로 시장이 크다고 생각하고 뛰어들면 안된다. 인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하면 좋겠다.”

- 인도를 우리가 활용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인도 산업혁명 강화 방안을 찾는 정부 과제를 하고 있다. 이제 국가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외국인과 내국인의 최저임금 차별이 없는 드문 나라이다. 아랍권으로 가서 일하는 것보다 한국에 오면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한국이 남아시아 국가에 조선소를 세울 경우 한국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10년 뒤 고국에 가서 작업반장을 한다. 한국 조선소 시스템이 전해졌으니 거래하기도 좋다. 우리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를 활용할 방법을 전 산업군에 걸쳐서 고민해야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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