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을 대체할 신소재로 꼽히는 탄소복합재 세계시장 규모가 2030년이면 지금의 4배 수준인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이 시장에서 현재 3% 수준인 한국의 점유율을 1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관련 기술 개발에 18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전략 원탁회의’에서 ‘우주항공·방산 시대에 대응한 탄소복합재 경쟁력 강화 전략’을 통해, 세계 탄소복합재 시장이 2021년 24조6천억원에서 2030년에는 101조7천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 시장조사 회사 후지경제와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시장전망에 더해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이 만든 분석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탄소복합재는 탄소섬유(탄소원소 질량 함유율 90% 이상), 탄소섬유에 플라스틱 수지 등을 첨가해 만든 중간재, 이를 이용한 부품을 총괄한다. 철에 견줘 무게는 4분의 1, 강도는 10배 이상에 이르는 특징을 지녀, 철강의 뒤를 잇는 ‘미래산업의 쌀’로 일컬어지곤 한다. 이런 장점에도 동일한 강도에서 철보다 2배 가량 비싼 가격 탓에 그동안 수요가 많지 않았다. 산업부는 “고강도 경량을 특징으로 하는 탄소복합재는 낚싯대부터 고급 자전거, 건축자재, 항공기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며 “우주항공·방산 시대를 맞은 데 따라 최근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날 전략에서 기술개발 투자, 민간 생산능력 확충, 탄소복합재 활용 촉진을 핵심 축으로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확보와 세계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1년 기준 점유율은 3% 수준이다. 일본이 54%로 가장 높고, 미국이 14%, 독일과 중국이 각각 12%로 뒤를 잇는다.
산업부는 고성능 탄소복합재 분야의 기술 자립화 실현과 반값 탄소섬유 개발에 2030년까지 18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인장강도 6.4기가파스칼(Gpa)에 이르는 고강도 탄소섬유의 양산 체제를 2025년까지 구축하고, 철의 15배 강도를 지닌 초강도(인장강도 7.0Gpa), 13배 강성을 지닌 초고탄성 탄소섬유(인장탄성율 588Gpa) 원천기술을 2028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양산을 앞둔 고강도 탄소섬유 원천기술은 올해 8월 세계에서 세번째로 확보한 상태다. 반값 탄소섬유는 1㎏당 10달러 수준으로 경량화 소재 시장의 판을 바꿀 핵심 요소로 꼽힌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탄소복합재 시장의 성장 전망에 따라 2030년까지 생산시설 확충에 약 2조1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산업부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연간 3천억원 규모의 대출에 대해 이자 지원(이차보전)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4인승급 도심항공교통(UAM), 소형 발사체, 저궤도 소형 인공위성 등 우주항공 분야 3대 실증 사업을 1천억원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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