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아지즈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달 5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오펙플러스(OPEC+)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해 있다. 빈/EPA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달 이뤄진 오펙플러스(OPEC+)의 원유 감산 결정에 대해 “경제적 요인을 고려한 것일 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국제 정치적 배경을 띤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2일 이창양 산업자원통상부 장관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오펙플러스의 원유 감산 결정은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능력, 원유시장 안정화 등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산업부가 이날 전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가 석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씩 줄이기로 한 당시 결정을 두고 서방 진영에선 사우디 주도의 ‘친 러시아 행보’라는 국제 정치적 맥락의 해석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감산 결정 직후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감산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며 사우디가 러시아와 함께 감산을 주도한 건 “도의적,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도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사우디를 비롯한 오펙플러스 쪽은 ‘경제적 지표’에 따른 결정이라며 반박해왔다.
압둘아지즈 장관의 이날 설명에 이창양 장관은 “세계 원유 수급 불투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오펙플러스 감산 결정이 유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며 “사우디가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해줄 것과, 원유시장 안정화를 위해 책임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 도입국이다. 올해 1~7월 한국의 원유 수입 물량 중 사우디 비중은 31.1%(1억8600만배럴)에 이르렀다. 지난해 29.3%(2억8100만배럴)보다 높아졌다. 사우디에 이어 2위인 미국의 비중은 지난해 12.4%, 올해(1~7월) 13.1% 수준이다.
이날 화상 면담에서 양쪽은 ‘수소 협력을 체계화하고, 수소 정책, 모빌리티, 암모니아 발전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활성화해 자국 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상호 기여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한국은 수소 활용에, 사우디는 수소 생산에 강점을 띤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 따른 협력 방안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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