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이 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 미국 등 14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국들이 세부 협상 의제에 합의하고 공식협상 개시를 선언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전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인·태 경제프레임워크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참여국 장관(급)들은 8~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장관회의를 열어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대 분야(pillar)의 협상 목표를 담은 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성명은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출범 뒤 진행돼온 집중 협의의 결과물로 디지털, 공급망, 기후변화 등을 다루는 새로운 경제 협력체제의 밑그림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무역 분야에서는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개방 대신, 역내 디지털 교역 활성화, 친환경·저탄소 교역 및 투자 촉진, 농업기술 혁신 및 식량 안보, 통관절차의 디지털화 등 새로운 분야의 수준높은 규범 정립과 협력 의제를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국들은 또 공급망 교란 완화를 위해 각국이 합의하는 핵심 분야·품목 등을 중심으로 위기대응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투자를 통해 공급망 복원력을 강화하는 한편, 물류 강화 및 인력 개발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청정경제 분야에서는 ‘파리협정’에 기반해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대응 목표를 강조하는 한편, 청정에너지 전환이 시장·투자 등 상업적 기회를 창출함을 부각하면서 민간 부문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다각적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다. 14개 참여국은 이와 함께 교역, 투자 등 역내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공정경제 환경 조성을 목표로 조세 투명성을 제고하고 반부패 협약 이행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의 역량 강화 및 기술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인·태 경제프레임워크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으로 해석되고 있음에도 이번 성명에서 중국을 명시적으로 겨냥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첫 장관급 회의인 데다 참여국 다수가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노골적인 중국 자극은 피한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성명 참여 14개국은 한국, 미국, 호주, 브루나이, 피지,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이다.
산업부는 “인·태 경제프레임워크에선 공급망, 탈탄소, 반부패 등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에 대한 규범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기술과 자본을 갖춘 선진국뿐만 아니라 자원, 인력 등 잠재력이 풍부한 개도국, 태평양 도서국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각국이 가진 특성, 장점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 인·태 지역 공동의 당면 과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참여국 양자 간에 추진해온 핵심 광물, 청정에너지, 환경, 공급망 등에서의 협력이 14개 참여국으로 범위와 수준이 확장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참여국들이 신속한 협상 추진에 공감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밀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도 4개 분야 협상에 참여해 우리의 이해를 적극 반영하고 공급망 안정화, 청정에너지 분야 등에서 국가 간 협력 사업을 발굴·제안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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