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선박에 싣고 있는 모습. HMM 제공
세계 시장 점유율로 따진 수출경쟁력에서 한국과 일본은 떨어지고 중국과 대만은 올라가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의 수출경쟁력을 비교·분석해 31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쳐 한국과 일본에 견줘 중국과 대만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한국의 수출액은 2011년 5552억달러에서 2021년 6444억달러로 16.1% 늘었다. 같은 기간 대만은 2044억달러에서 4070억달러로 99.1% 증가했고, 중국은 1조8993억달러에서 3조3625억달러로 77.0% 늘었다. 일본은 8220억달러에서 7561억달러로 8.0% 감소했다. 대만의 수출 데이터는 지난해 11월치까지만 나와 있어 1~11월 기간으로 비교한 수치다.
세계 전체 수출에서 해당 국가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수출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11년 3.1%에서 2021년 2.9%로 줄었다. 중국의 점유율은 10.5%에서 15.1%로, 대만은 1.2%에서 2.0%로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의 점유율은 4.6%에서 3.4%로 떨어졌다.
주요 품목별로도 대만과 중국의 수출경쟁력 향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 수출 중 가장 큰 비중(2021년 31.2%)을 차지한 전기기기(HS코드 2자리)의 국가별 수출액 증감률(2011~2020년)을 보면, 대만 129.4%, 중국 59.3%, 한국 34.8%, 일본 20.8%였다. 같은 기간 국가별 수출 점유율 증가 폭은 중국 4.6%포인트, 대만 2.7%포인트, 한국 0.2%포인트, 일본 -2.4%포인트였다. 전기기기와 함께 한국 수출액 상위 3개 품목에 들어가는 기계, 자동차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분류 체계상 전기기기의 하위 품목인 반도체(HS코드 4자리)의 국가별 수출액 증감률은 같은 기간 중국 255.9%, 대만 246.1%, 한국 108.8%, 일본 -9.7%로 나타났다. 수출 점유율 증가 폭은 중국 7.2%포인트, 대만 7.0%포인트, 한국 1.0%포인트, 일본 -2.9%포인트였다. 전경련은 “중국과 대만의 수출액 증가율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았고, 대만이 수출액과 점유율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점은 한국 반도체 수출경쟁력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2020년 기준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과 점유율은 1232억달러, 15.6%로 한국(829억달러, 10.5%)을 앞질렀다.
4개국의 4개 주요 품목(전기기기, 기계, 자동차, 반도체)의 수출 경합도(수출 구조의 유사성 정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대만의 2021년 수출 경합도는 자동차를 뺀 3개 품목에서 10년 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과 일본 간 수출 경합도는 반도체 외 3개 품목에서 하락했다. 한국과 중국 간 비교에선 전기기기와 기계에선 하락하고,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선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대만 사이의 수출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