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발표한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새로운 통상 현안으로 부각돼 있는 “공급망 안정화”를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아이피이에프 구상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성격을 띠고 있어 대중국 관계에서는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민관 티에프(TF) 회의’를 열고 “아이피이에프는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해온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역내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 무역 등 신통상 이슈 협력 강화 측면에서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민관 티에프는 아이피이에프 협의에 대비한 기존 정부 내 티에프에 업계 및 민간전문가를 포함해 확대한 조직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아이피이에프 참여 문제를 점검·조율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4월 초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개최해 정부의 세부 입장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날 “산업부(통상교섭본부)는 아이피이에프를 주도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상무부와 지난해 10월 이후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공급망, 디지털, 첨단기술, 청정에너지, 탈탄소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되는 만큼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산업, 에너지, 통상의 연계를 통한 전략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30일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코리아 코커스 의장), 31일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화상으로 만나 아이피이에프 관련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아이피이에프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것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부각된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실물경제의 신통상의제에 대한 역내 포괄적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구상이다. 미 상무부·무역대표부가 이달 10일(현지시각)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공고를 내는 등 미국 내부적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상품 무역 자유화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무역규범을 새로 수립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처럼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메가 에프티에이’(다자간 거대 자유무역협정)이자, 중국 견제 내지 포위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한때 티피피를 주도하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탈퇴한 바 있다.
국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아이피이에프에 참여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을 내고 있다. 디지털 통상,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 등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유리한 입지를 뒷받침할 수 있으며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날 티에프 회의에서 반도체산업협회·자동차산업협회는 “아이피이에프에서 반도체·핵심광물·전기차·배터리 등 핵심산업 공급망 안정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의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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