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강판. 현대제철 제공
유럽연합(EU)과 일본에 이어 영국도 미국을 상대로 한 철강 관세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국내 철강 업체들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오후 윤창현 통상법무정책관 주재로 철강업계와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미국과 영국이 22일(현지시각) 미 무역확장법에 따른 철강 수입 관세 관련 합의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두 나라 간 합의로 미국은 6월부터 영국의 대미 수출 철강에 대한 25% 관세 적용을 할당관세(TRQ) 방식으로 바꿔 50만t까지는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유럽연합과, 올해 2월에는 일본과도 비슷한 조건으로 철강 관세 분쟁을 끝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 쪽은 정부에 대해 “기존 ‘232 쿼터’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미국 쪽과 협의할 때 이를 적극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18년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매겼고, 당시 한국은 관세 부과 대신 2015~2017년 연평균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의 70%(263만t)로 제한하는 쿼터 방식을 받아들였다. 철강 분쟁을 매듭지은 나라들에 견줘 불리한 조건이다. 국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9%(2021년)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미·영 합의가 악재이긴 하나, 당장 국내 수출에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업계 쪽은 보고 있다. 영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영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20년 19만t, 2021년 27만2천t 수준이다.
산업부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232 조치’ 개선을 위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쪽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