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출 기업의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떠나고 있는 선박. HMM 제공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활용되는 ‘편광재료제의 판’(HS 900120) 수출액은 2020년 기준 24억7천만달러였다. 세계 1위 기록이다. ‘레이저 기기’(HS 901320) 수출은 22억4천만달러, 역시 세계 1위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분석해 14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제품 중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은 이를 포함해 77개였다. 점유율 1위 품목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1798개였다. 이어 독일 668개, 미국 479개, 이탈리아 201개, 일본 154개로 나타났다. 한국은 인도(148개), 네덜란드(145개), 스페인(103개), 프랑스(99개)에 이어 10위였다.
이번 조사 분석은 유엔(UN) 상품교역통계 자료를 활용한 것이며 국가 간 비교를 위해 세계 공통인 ‘HS 6단위’ 분류에 따른 것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조사 대상 품목 수는 5204개에 이른다.
중국과 독일의 세계 수출 1위 품목 수는 전년 대비 각각 46개, 10개 늘어난 반면, 미국은 45개 줄었다. 세계 10위권에 드는 국가 중 이탈리아(-16개), 프랑스(-13개), 일본(-3개)은 1위 품목 수가 감소했고, 네덜란드(+11개), 스페인(+7개), 인도(+3개)는 증가했다.
한국의 세계 1위 품목 수는 2019년 기준(71개, 10위)에 견줘 6개 늘었다. 새로 1위에 오른 품목은 편광재료제의 판, 레이저 기기 등 17개이고 1위에서 밀려난 품목은 11개였다. 산업별로는 화학제품(29개)과 철강·비철금속(20개)이 전체 1위 제품의 63.6%를 차지했다.
한국이 1위, 중국이 2위에 오른 10개 품목 중 탱커, 냉간압연제품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은 중국에 견줘 두 자릿수 점유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에서 밀려난 11개 품목 중 3개 제품에서 중국이 1위로 올라섰다. 메모리 반도체가 그중 하나다. 이는 중국 내 외국투자기업의 생산·수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일본 간 경쟁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1위, 일본 2위인 품목 16개 중 점유율 격차가 5%포인트 미만인 품목은 7개였다. 전년 기준 한국 1위, 일본 2위인 12개 품목 중에선 4개였던 것에 비해 늘어났다.
수출 4대 강국(중국, 미국, 독일, 일본)이 1위를 차지한 품목 중 한국이 2~3위로 추격하는 품목은 모두 173개(2위 85개, 3위 88개)로 나타났다. 중국의 세계 1위 품목 중 98개에서 우리나라가 2~3위로 따라가고 있으며, 독일(30개), 일본(23개), 미국(22개)이 1위인 품목에서도 한국이 2~3위로 추격 중이다. 한국이 수출 강국 4개국을 점유율 5%포인트 내로 추격 중인 품목은 2019년에 견줘 10개 늘어난 26개(30.6%)였다.
무역협회 김아린 연구원은 “코로나19로 2020년 세계 교역이 움츠러드는 중에도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수출 주력 품목에서 일본 등 주변국과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제품 경쟁력 제고 및 차별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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