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했다.
세계무역기구는 8일 오후(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회람한 패널 보고서에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불합치한다’고 판정하고 이 사건을 제소한 한국 쪽의 손을 들어줬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전했다.
미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국 업계의 주장을 수용해 2018년 2월부터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시행 중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를 겨냥한 조처였다. 이는 3년간 시행 뒤 한 차례 연장됐으며 5년 차인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세탁기 완제품의 경우 쿼터 120만대에 관세 14∼30%, 부품은 쿼터 13만개에 관세 0∼30%가 적용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 정부는 이는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불합치한다고 판단해 2018년 5월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이번 패널 판정에서 한국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처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 쟁점 5개 모두에서 위법 판정을 얻어냈다. 세계무역기구 패널은 미국이 주장한 수입 증가 및 산업 피해 원인이 협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수입 물량 증가 분석이 논리적·적정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정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미국이 이번 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분쟁이 종료되고 세이프가드도 해제될 수 있다. 다만 분쟁해결 절차 완료까지는 1년가량 걸린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내년 2월까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상소할 경우에는 분쟁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현지 투자와 생산 물량을 늘린 상황이어서 세이프가드 종료 여부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윤창현 산업부 통상법무정책관은 “이번 패널 판정을 계기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우리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절차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경쟁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의 수입규제 조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