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알셉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 비준 절차를 먼저 마친 10개국부터 올해 1월1일 협정이 발효됐다.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컬어지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알셉)이 2월1일 국내에서도 발효된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12월3일 협정 비준서를 아세안 사무국에 기탁한 지 60일을 넘기는 날이다. 협정문 내 발효 규정에 따른 절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알셉의 발효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 등 기존 협정에 비해 자동차·부품, 철강 등 주력 상품과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등 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확대돼 국내 기업의 진출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어 “역내 국가 간 원산지 인정 기준을 통일하는 단일 원산지 기준 도입, 누적 원산지 도입 범위의 확대, 인증 수출자 자율발급 등 원산지 증명 방법의 다양화로 국내 기업의 자유무역협정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셉은 아세안 10개국과 비아세안 5개국(호주·중국·일본·한국·뉴질랜드) 등 15개국을 회원국으로 두어 무역 규모, 국내총생산(GDP), 인구에서 전 세계 약 30%를 차지한다. 우리보다 비준 절차를 일찍 마친 중국·일본 등 10개국에선 1월1일부터 협정이 발효됐다. 알셉의 발효로 한국으로선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셈이 된다. 인도는 알셉 출범 당시 협상에 참여했다가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 등을 이유로 2019년 불참을 선언했다.
알셉 발효에 따른 당장의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초거대 자유무역협정인 대신 큰 폭의 추가적인 시장개방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괄 범위가 넓은 대신 개방 수준에선 낮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알셉은 (개방도 면에서) 깊지 않은 대신 넓고, 시피티피피(CPTP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넓지는 않지만 깊다”고 설명했다.
한국 쪽에서 기대하는 알셉의 효과는 주로 장기적·전략적 측면에서 거론된다. 아직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일본이 알셉에 들어와 있다는 사정과 맞닿는 대목이다. 외교적 측면에서 냉랭한 두 나라가 알셉이라는 경제적 고리를 통해 관계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민감 품목 이외 상품 시장을 열어 두 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역내 공급망과 가치사슬을 촘촘하게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 통일된 원산지 규정 외에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새로운 규범을 도입한 것을 일컫는 대목이다.
산업부는 알셉 발효 뒤 국내 기업들의 자유무역협정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함께 법령 개정과 시스템 개선과 함께 기업 대상 설명회를 이어왔다. 앞으로도 코트라·무역협회·대한상의 등과 알셉 활용에 얽힌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순회 설명회와 ‘1380 콜센터’를 활용한 정보 제공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관세청 운영의 ‘Yes FTA’를 통해 자유무역협정 상대국의 통관 정보 등을 얻을 수 있고, 무역협회 ‘TradeNavi’에서 알셉 관세율과 원산지 정보 등을 검색할 수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