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 지역별 블록화 현상이 겹쳐 올해 국제 통상환경이 나빠질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와 공급망 불안정성 심화가 여기에 덧붙는 악조건들이다. 이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불안감도 높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켈리 앤 쇼 ‘호건 로벨스’ 파트너 변호사는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년 신통상전략 세미나’ 기조 강연에서 “올해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체제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별 블록화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공급망·기술, 기후변화, 디지털화, 보건·의료 신통상 의제를 중심으로 국가 간 협업과 경쟁 구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성장 둔화, 각국의 보호주의 및 협력 약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글로벌 위기·공급망 불안정성이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 수출기업 대상의 조사에서도 통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높게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7∼22일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내놓은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85.7%가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슷’ 55.0%, ‘더 어려워질 것’ 30.7%였다. 올해 통상환경이 ‘지난해 대비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전체의 14.3%에 그쳤다.
통상환경 악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상황 지속’(49.7%), ‘물류난’(19.7%), ‘원자잿값 상승’(10.4%)을 꼽았다. 수출기업들의 대응 전략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대체 및 보완’(40.6%)과 ‘신규시장 진출’(31.3%), ‘선진기술 확보(14.7%)가 거론됐다.
정부에 기대하는 통상정책으로는 ‘공급망 불안정 대응 및 경제안보 강화’(50.3%)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협정 활용 강화’(28.0%),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따른 대응 정책’(9.3%), ‘신규 지역 경제협의체 참여 증대’(7.3%) 순이었다. 정부가 최근 공식화한 시피티피피 가입 추진 필요성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74.7%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21.0%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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