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스타트업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미국의 ‘시비 인사이츠’(CB Insights)가 평가한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22억달러에 이른다. 기업가치 10억달러(한화 1조1700억원) 이상,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다.
올해 1~7월 시비 인사이츠 기준 유니콘에 편입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291개이며,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마켓컬리 한 곳이었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전했다. 전경련이 시비 인사이츠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국가별 유니콘 기업 배출과 투자 생태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7월까지 새로 유니콘에 오른 사례 중 미국 기업이 169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 쪽은 26개사였다.
올해 신규 진입한 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은 779개사에 이르며, 다수 상위 5개국은 미국(388개), 중국(157개), 인도(36개), 영국(31개), 이스라엘(18개)이었다. 한국은 11개사를 보유해 세계 10위였다. 유니콘 산업 분야 상위 5곳은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헬스 순이었다.
2018~2020년 기준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현황을 보면, 미국이 3505억3천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글로벌 전체에 견준 비중은 45.6%에 이른다. 중국(2092억달러, 27.2%)을 합한 두 나라 비중이 72.8%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한국의 비중은 1.5%(117억1천만달러)였다. 유니콘 배출 숫자 5강인 이스라엘은 투자 비중에선 1.4%(104억8천만달러)로 한국보다 낮았지만, 사이버안보, 인공지능, 핀테크 등 첨단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억달러 이상 대형 투자에 한정해서 볼 경우 미·중의 비중은 79.6%로 더 높아지며 한국은 1.1%에 머물렀다. 단계별 투자 실태를 보면, 한국은 상위 5개국에 견줘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 비중이 큰 대신 성장기 스타트업의 레벨업(단계 격상)에 필수적인 중후기 투자 비중은 작았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의 회수(엑시트) 방식에서도 상위 5개국과 한국은 차이를 띠었다. 상위 5개국에선 인수·합병(M&A) 방식이 82.8%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한국에선 그 비율이 52.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국내 창업 생태계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유니콘 세계 5강국과 비교해 여전히 미흡하다”며 “대형 투자와 중후기 투자 규모를 확대해 성장기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도약시키는 모멘텀 투자가 이뤄지고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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