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베이징 과학 박람회 행사에서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 누리집 갈무리
중국 ‘반도체 굴기’ 상징인 칭화유니그룹이 무리한 투자에 따른 거액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사실상 중국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위기설은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나왔다. 미국의 대중제재에 더해 중국 정부까지 지원을 끊으면서 끝내 파산을 면치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칭화유니그룹의 채권자인 휘상은행은 지난 9일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이 회사의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세운 칭화홀딩스(지주회사)가 최대주주(51%)인 칭화유니그룹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중국제조 2025’의 상징적 기업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와 팹리스 기업 유니SOC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YMTC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주력제품인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개발 성공과 2022년까지 디(D)램 양산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파산신청의 직접 원인은 막대한 부채다. 지난해 6월 기준 칭화유니그룹의 부채 총액은 2029억위안으로, 이 가운데 794억위안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 당시 그룹이 가진 현금 보유액은 516억위안에 그쳤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11월 만기가 닥친 13억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갚지 못하며 디폴트에 빠졌다.
트럼프 미 행정부 이후 화웨이와 SMIC 등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칭화유니그룹은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선두 기업들을 단시간 내에 따라잡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 결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대중제재로 YMTC 등 몇몇 자회사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장비 반입이 금지돼 있어 제대로 된 제품 생산이 어려운데, 투자액은 계속 늘어나 유동성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회사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유동성 위기를 풀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286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칭화유니그룹이 2016년 YMT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초기 자본의 13%만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소유구조를 통해 50% 이상의 지분을 행사하는 점을 꼬집으며 그 결과 칭화유니가 자회사들의 부채도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 엠비에이(MBA) 객원교수는 “중국에선 지방정부가 참여한 펀드가 40%의 투자를 하기도 해 이를 지배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중국을 이해 못한 서구 언론의 시각”이라고 짚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정부가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2014~2018년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 21곳 가운데 매출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이 높은 5개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실적이 없자 지원이 줄어든 것이 파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도현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2019년부터 중국 정부가 (옥석 가리기의 일환으로) 회사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며 “최근 중국 정부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회사는 (칭화유니가 아닌) 창신 메모리(CXMT)와 기가디바이스”라고 밝혔다.
이에 칭화유니그룹의 파산 신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끼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영우 에스케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리스크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아마도 칭화유니그룹에 자금을 지원하며 기존 경영진 교체 등의 요구사항을 관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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