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이른바 ‘메자닌’의 주식 전환가격이 현 주가보다 낮은 경우 공매도를 통한 차익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개인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코스피 시장에서 씨제이씨지브이(CJ CGV·씨지브이) 주가는 3만2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가 최근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가격은 26600원으로 고정돼 있다. 따라서 전환사채 보유자는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한 뒤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갚으면 20.9%(주당 5550원)의 무위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 첫 상장된 씨지브이 전환사채는 470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공매도가 재개되기 직전인 4월말 6만7천주에 불과했던 씨지브이 공매도 잔고는 이날 131만5천주로 급증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씨지브이는 코스피 시장 공매도 잔고 상위 17위(3일 기준)에 올라있다.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최근 16%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현재 씨지브이 주식을 공매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주식대여물량을 2조4천억원으로 늘리고 공매도가 재개되는 종목(코스피200·코스닥150) 모두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들도 한국증권금융과 17개 국내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 투자가 훨씬 용이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7~8일 미래에셋, 삼성증권, 한국투자, 엔에이치(NH)투자,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증권사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주식을 빌려파는 대주가능 종목에 씨지브이가 들어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증권사가 자체 보유한 주식을 빌려주는 ‘자기 대주’는 물론 증권금융이 신용 담보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빌려주는 ‘유통 대주’ 수량 모두 ‘0’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금 쏟아지고 있는 씨지브이 공매도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중개를 통해 주식을 빌린 기관투자자가들의 물량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비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공매도의 구조적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 개인 대여용 물량을 확대했지만 예탁원의 기관 대차물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수요가 몰리면 금방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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