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원금의 40~80%를 반환하라는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기업은행이 이 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경우 투자자들에게 약 761억원의 피해 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24일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의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부의된 2건에 대해 기업은행의 불완전판매 등 책임을 물어 배상비율을 각각 64%, 60%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배상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269계좌, 761억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분조위의 결정 내용을 보면, 기업은행은 투자자들에 대해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합성 원칙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회사가 고객의 투자목적, 투자경험 등을 미리 파악해 그에 적합한 투자방식을 권유하도록 한 조항이며, 설명의무는 투자권유 시 상품의 내용·위험성 등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의무화한 조항이다.
법인 투자자인 한 소기업의 경우, 판매직원이 법인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직원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면서 해외운용사 대표의 지분 담보 등 안전장치가 있는 상품임을 강조했다. 또 법인의 투자성향 등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해당 상품의 투자를 권유했다. 가입절차를 완료한 뒤 펀드 가입신청서의 신청자 자필기재 사항의 일부(‘듣고 이해하였음’)가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판매직원이 나중에 임의로 기재했다. 분조위는 기업은행이 투자원금의 64%를 배상할 것을 결정했다.
또다른 일반투자자의 경우, 판매직원은 채권형 저위험 상품의 만기가 도래해 방문한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투자를 권유하면서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만 설명하고, 손실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 또 상품투자를 결정한 이후에 판매직원이 신청인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작성했다. 분조위는 60%를 배상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기업은행은 상품 선정 및 판매 과정의 부실, 공동판매제도 관련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고액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도 크다고 분조위는 판단했다. 공동판매제도는 영업점 고객이 피비(PB)전용상품 투자를 희망할 경우 고객이 자산관리(WM)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센터의 피비팀장이 영업점을 방문해 고객에게 설명한 뒤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분조위는 배상비율 산정기준과 관련해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30%를 적용하고,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을 고려해 글로벌채권펀드는 20%, 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는 15%를 각각 가산했다. 아울러, 판매사의 책임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기업은행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조정이 성립되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39조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분조위 결과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고객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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