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세상이 암호화폐(가상자산) 광풍에 힙싸였다. 4년 전인 2017년 1차 광풍 때보다 열기가 더 뜨겁다. 과연 4년 전과 오늘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4년만에 다시 찾아온 암호화폐 광풍을 현상과 진단, 미래 등 세 차례에 나눠 진단해본다.
① 현상
② 진단
③ 미래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비디시는 중앙은행이 법정 통화를 동전이나 지폐가 아닌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중앙은행의 관리 아래 안정적 화폐 구실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시비디시 도입은 비트코인 등의 ‘화폐적 가치’ 매력을 떨어트리면서 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통화는 크게 암호화폐(비트코인 등), 스테이블 코인(리브라 등), 시비디시로 나뉜다. 암호화폐에서 시비디시로 갈수록 화폐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 암호화폐는 매일 가격이 급변하는 탓에 지불 수단으로 쓰기에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정 화폐 혹은 실물 자산과 가격이 연동되도록 만든 것이 스테이블 코인이며, 더 나아가 아예 중앙은행이 보증을 서고 현금과 같은 가치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가 시비디시다.
최근 시비디시가 부상하는 것은 전세계가 기술 발전 속에서 현금 없는 사회가 되고 있어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 86%가 시비디시 연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선행 연구를 실시한다. 시비디시는 법정 통화와 일대일 교환이 가능해 ‘실물 돈’과 똑같은데, 취급이 전자적으로 이뤄지면서 지급 결제가 훨씬 편리하다. 시비디시도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블록체인, 분산 원장 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
신한금융투자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는 ‘중앙은행→시중은행→민간’의 간접적인 통화 공급 경로를 가지고 있는데, 시비디시가 도입되면 직접 민간 주체에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금융위기 때 마이너스 금리에도 효과가 크지 않자, 시비디시를 도입하면 디지털화폐 계좌에 있는 돈에 수수료와 비슷한 비용을 떼가면서 소비 진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코로나19에도 재난지원금을 금융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시비디시로 지급하면 효과가 더 빠를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디지털 통화 가운데 시비디시가 화폐 기능 측면에서 가장 탁월한 탓에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시비디시가 도입되면 지급 수단으로서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 등이 화폐적 가치가 퇴색되는 대신 금처럼 ‘가치 저장’을 위한 용도로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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