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 마감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경기 회복기엔 보통 금리가 오르고 달러는 약세로 기울며 신흥국 자산은 다 함께 오르기 마련이다. 주가는 장기로 물가상승을 이기지만 그건 말 그대로 장기 스토리다. 특히 금리가 너무 급하게 오르거나 경기회복을 일찌감치 선반영해 주가가 비싸진 경우엔 종종 경기회복 초기에 금리상승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점에서 올해 금리와 주가의 관계는 결국 경기의 추가 회복 정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국가별·산업별·기업별 주가 차별화는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한편 올해 금리는 주가뿐 아니라 환율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다. 해외투자에는 항상 환율이 중요한데 특히 이번 분기는 지난해부터 오른 금리가 환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시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0.5%대에서 지금 1.6%까지 높아져 있다. 만약 앞으로 미국 금리가 좀 더 오른다면 신흥국 통화가치는 약세를 띨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금 신흥국 정부가 짊어지고 있는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65%인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36%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간 저금리 상황에선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국가부채 관리에 서서히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달러 조달 환경이나 환율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 경기 회복기에는 신흥국 자산이 다 함께 오르거나 달러 약세와 신흥국 환율 강세라는 예전의 공식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별로 다른 투자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게다가 코로나19를 벗어날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 각국은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력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백신 접종의 진도나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 주력 수출산업의 호조 여부, 경상수지나 재정 건전성 등이 경제지표와 환율 성적표에 반영될만한 시기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기회복 국면과 금리 상승기에 유념해야 할 투자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금까지 질병의 대유행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대응엔 차이가 컸는데 대개는 기축통화국이자 금리가 낮은 선진국의 재정지출 역량이 높게 유지됐다. 여전히 선진국 자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다만 신흥국 중에서도 금리가 낮고 국가부채 비율이 높지 않으면서 재정지출 여력을 지니고 있는 선진국형 신흥국에는 관심을 둬야 한다.
둘째는 신흥국 중에서 중국이나 한국, 대만처럼 최근 강한 환율 면모를 보인 국가는 경제구조 상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다. 환율 변동을 고려하는 글로벌 자금은 당연히 이들 국가에 집중할 것이다. 사실 달러가 약세로 기운 지난 2017년께부터 신흥국 환율은 차별화됐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대다수 신흥국 통화가치는 하락했다. 코로나 직전 경기호황 국면에서도 환율이 약했던 신흥국은 환율 방어력이 약한 국가들이다. 이들은 향후 금리상승 국면에서 주변국보다 금리를 빨리 올릴 위험도 있다.
요점은 올해 금리상승 국면에서는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미국 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나머지는 그간 환율이 안정된 신흥국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세부 투자업종도 올해 경기를 이끄는 정보통신(IT)이나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가 유망해 보인다. 이처럼 올해는 금리상승을 이길 수 있는 성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실물경제 성장성을 갖춘 국가나 높은 이익 탄력이 기대되는 기업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국가별 역량 차이가 크고 산업의 성장 편차가 큰 지금은 예전처럼 경기 회복기에 모든 국가나 모든 업종이 동일한 혜택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증시와 환율은 다행히 매력이 있다. 글로벌 증시가 오를 때보다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적게 조정을 받는 양호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
김한진 ㅣ KTB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