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계좌 수가 사상 첫 4천만개를 돌파한 뒤에도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좌 수와 주식 투자 인구 사이의 관계를 고려할 때 주식 인구는 3월 중 1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30대 젊은층 위주로 주가 상승세에 후행해 증시에 신규 진입하는 소액 투자자 대열이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2020년 말 3549만개에서 지난달 19일(4007만개) 처음으로 4천만개를 넘어선 데 이어 3월 말 4064만개로 대폭 늘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515만개 증가해 월평균 172만개 꼴이다. 작년 한 해 월평균 51만개씩 증가했던 것에 견줘 3배를 웃돈다. 계좌 수 증가세는 주가 절정기였던 1월(141만개 증가) 이후에도 이어져 2월 144만개, 3월 230만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개인 투자자 1명당 가진 주식 계좌 수가 대개 4~5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주식 투자 인구(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중 개인 투자자 기준)의 4.8배, 2020년 말에는 3.9배였다.
주식 계좌 수와 투자 인구 사이의 비율이 2020년 말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주식 투자 인구는 2월 말 983만명, 3월 말 1042만명으로 계산된다. 올해 들어 3월까지 131만명가량이 새로 주식 투자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한 달 평균 44만명꼴로 작년 월평균 25만명의 1.8배에 이른다.
김한진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뭉칫돈의 증시 유입은 주춤해진 반면,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소액 투자가 20·30대 젊은층 중심으로 계속 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 흐름에서 뚜렷한 특징을 띠었던 젊은층 위주의 신규 진입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 계좌당 예탁금 규모가 1월 말 184만원, 2월 말 167만원, 3월 말 153만원으로 줄어든 게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운용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젊은층의 유입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작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2.2%, 9.9%로 전년 1.7%, 9.0%보다 높아졌다. 전체 연령대에서 비중이 높아진 것은 20·30대뿐이다.
기업공개(IPO)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계좌 수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는 물론 기존 투자자들이 공모주 배정을 더 받기 위해 계좌 수를 늘렸을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길남 자본시장실장은 “신규 투자자 유입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겠지만, 기업공개 붐 속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추가로 계좌를 더 늘렸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바뀐 공모주 청약 제도에 따른 균등 배정 방식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아지고 중복청약 금지 조처는 아직 시행(5월 중 예정) 전이라는 사정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열기에도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 자산 쪽에 70~80%가량 쏠려 있는 가계자산의 큰 판도에 변화가 일었다는 징후는 목격되지 않는다. 다만, 20~30% 비중의 금융자산 안에서 주식 비중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투자액(거래 증감액 기준) 중 주식 비중은 38.2%로 예금(38.8%)과 비슷했다. 직전 3개년(2016~2019년) 평균 투자 비중은 주식 9.8%, 예금 50.1%였다.
남길남 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기는 주가 조정기에 접어들면 꺾일 수밖에 없겠지만, 주식에 대한 관심이 퇴직연금의 주식 편입 증가로 이어진다면 가계 자산 구성에 구조적이고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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