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1층 로비. <한겨레> 자료 사진
금리·물가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세 속에서도 시중 자금의 물꼬는 증시로 향해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인 신용공여 잔고는 11일 현재 21조3476억원에 이르고 있다. 역대 최고점인 2월19일의 22조2233억원에 견줘 9천억원가량 줄었지만, 금리·물가 상승세 와중이었던 사정을 고려할 때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여겨진다. 국고채 10년물 금리(최종 호가 수익률)는 2월19일 1.8%대 후반에서 이달 11일 2%대 초반으로 올랐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월12일(74조4559억원) 최고점을 찍은 뒤 뚝 떨어져 11일(57조6372억원) 60조원 아래까지 내려와 있다. 하지만 이는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상장 예정 회사들의 공모주 청약에 대규모 자금이 몰렸기 때문으로 보여 증시 내부의 단기 이동으로 풀이된다. 9~10일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 역대 최고 수준인 63조6198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쏟아져 들어왔으며, 디지털 헬스 전문기업 라이프시맨틱스의 공모주 청약(11~12일)에도 2조7727억원의 적지 않은 증거금이 모였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단기금리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 은행권에서 자본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증시로 이어지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1일, 12일 이틀 연속 순매도했지만 3월 전체로는 매수 우위(1조6826억원) 상태다.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월, 2월에 각각 22조3384억원, 8조4381억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8일(2996.11)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12일 3054.39까지 회복했다.
이런 중에도 금리 불안감은 여전하다. 지난 12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5bp(1bp=0.01%포인트) 오른 2.092%에 마감해 2018년 12월4일(2.102%) 이후 2년 3개월 남짓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3년물은 4.4bp 오른 1.223%에, 5년물은 7.1bp 오른 1.596%에 마감했다. 황세운 위원은 “미국 경기 부양책 통과로 국채 발행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어 금리가 또다시 불안해지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미국에서 대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 확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날 주간 간행물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최근 대규모의 경기부양책 추진, 연방준비제도의 평균인플레이션목표제(AIT) 도입을 통한 인플레이션 수용 시사 등으로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지난해 말 9천억달러(국내총생산 대비 4.3%) 규모의 재정부양책(5차)이 시행된 데 이어 이달 10일 1조9천억달러(9.1%) 규모의 추가 부양 안이 의회에서 확정됐다. 한은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전망,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이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급격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