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천억원대의 대규모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안을 사전통보했다. 특히, 우리금융 경영진에 대해서는 라임 펀드의 부실 정황을 알고도 판매를 계속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금융지주와의 대결 2라운드에 들어감에 따라 금융권이 다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4일 금융권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전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중징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각각 ‘주의적 경고’(경징계)와 ‘문책경고’(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가운데 문책경고 이상은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선임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손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이 통보된 것은 현직이 아닌 전직인 은행장 시절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제재 대상자의 소명을 받은 뒤 이달 25일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 예정이다.
사전통보 한 대로 제재안이 확정될 경우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3곳의 경영진이 제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디엘에프 사태 때 함영주 부회장(당시 은행장)이 문책경고를 받았다. 디엘에프 사태로 제재를 받은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은 지난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3월 1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이번 제재심은 우리금융의 경우 디엘에프 사태 때와 사뭇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디엘에프와 라임 두건에 대해 제재를 받는 이례적인 상황에 직면했는데, 금감원은 서로 다른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디엘에프 때는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었으나, 이번에는 우리은행이 2019년 2월께 라임 펀드의 부실 정황을 알고도 4월까지 판매한 부분을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쪽은 “당시는 라임 펀드가 한창 인기가 있을 때였으며 판매량이 늘어나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엔, 은행 차원이 아니라 지주사 경영진의 책임을 물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금감원이 금융지주사 회장에 대해 자회사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징계이긴 하지만 제재를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복합점포’에 찾아온 은행 고객들을 신한금융투자에 소개해 라임 펀드를 판매했는데, 이런 복합점포 운영은 두 개의 자회사가 걸쳐 있는 만큼 지주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 경영진에 대한 이런 전방위 제재는 사모펀드 사태라는 대형 금융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지만, 금융사가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최고경영진에게 원칙대로 책임을 묻겠다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은 임기를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상태이지만 원칙을 중시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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