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1일 널뛰기 장세 끝에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3(0.12%) 내린 3148.45에 코스닥은 11.16(1.13%) 떨어진 976.63으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 회사인 엔비티(NBT)가 12~13일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앞서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는 1만9천원으로 확정됐다. 애초 제시한 희망가격 범위(1만3200∼1만7600원) 상단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엔비티의 총 공모 금액은 158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수요 예측에는 1481곳의 기관이 참여해 1425.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1478.5대 1)와 포인트모바일(1447.1대1)에 이어 역대 3위 기록이다. 엔비티는 청약 접수에 이어 오는 2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2021년 들어 이뤄지는 첫 공모주 청약 및 상장이다.
올해 1월 중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업체는 엔비티를 비롯해 12곳으로 파악된다. 공모 규모는 6807억원(희망공모가 하단 기준) 수준이다. 코스닥 10곳, 유가증권(코스피)시장 2곳(솔루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이다. 지난해 1월 공모사례가 위세아이텍(공모 규모 960억원) 1곳이었던 것에 견줘 크게 늘었다. 대개 1~2월은 기업공개 시장의 비수기로 여겨지는데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해 증시에서 거세게 불었던 ‘공모주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올 1월은 기업공개 사례가 예년과 달리 많다는 것 외에도 특별히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공모주 청약 제도가 바뀐 뒤 적용되는 첫 사례가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증권 인수 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바뀐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소액 투자자들에게 배정되는 물량을 늘리기로 한 점이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물량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 최대 5%를 일반 투자자들 몫으로 돌린다. 현재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은 20% 안에서 우선 배정하게 돼 있다.
또 하이일드 펀드에 배정되는 물량은 10%에서 올해 5%로 줄어들며 나머지 5%는 일반 투자자들한테 배정한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이하 채권과 코넥스 상장 주식을 45% 이상 보유하고 국내 채권을 60% 이상 보유한 펀드를 말한다. 바뀐 방식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일반 투자자 몫이 기존 20%에서 최대 30%로 늘어나는 셈이다.
하이일드 펀드 배정 물량을 줄이는 조처는 2021년 1월1일 이후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1월 중 공모주 청약을 받는 12개 회사는 여기서 모두 제외된다. 따라서 1월 공모주 청약 사례에선 일반 투자자 몫이 많아야 25%이다.
우리사주조합 미달 물량에서 떼 내 일반 투자자 쪽으로 돌리는 내용은 작년 12월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부터 적용한다. 12개 업체 가운데 6군데(씨앤투스성진, 핑거, 솔루엠, 아이퀘스트, 유일에너테크, 뷰노)가 대상이다. 나머지 6곳(엔비티, 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레인보우로보틱스, 와이더플래닛,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은 12월1일 이전 증권신고서를 낸 경우여서 기존 방식을 적용받는다. 일반 투자자 몫은 기존대로 20%다.
둘째, 공모주 배정 방식이 바뀌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변화는 이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청약자 물량을 청약 증거금 납입 액수에 따라 비례 배분하는 방식을 따랐는데, 앞으로 절반 이상은 균등방식으로 배분한다. 이 조처 또한 12월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경우부터 적용한다.
비례 방식에 균등방식을 가미함에 따라 자금을 많이 동원하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들이 물량 배정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ㄱ회사가 일반 청약자 대상으로 공모주 물량 100주를 배분할 경우 지금까지는 100주 모두 청약 증거금을 많이 낸 순서에 비례해 배정하던 방식을 바꿔 적어도 50주는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납입한 청약자 모두에게 골고루 배정한다. 최소 증거금 기준은 주관 증권사에서 자율적으로 정한다.
셋째, 중복 청약은 금지된다. 복수의 주관사(인수기관)가 진행하는 기업공개에서 여러 증권사 계좌를 통해 중복 청약하는 일을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청약 증거금을 많이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이 공모주를 쓸어간다는 비판에 따른 조처다.
이 내용은 1월 기업공개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제도만 바뀌었을 뿐 시행시기는 미정이기 때문이다. 청약 증거금 예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반기 중 시행 예정이라 1월 공모주 청약 일정에 관심을 둔 이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1월 기업공개 사례 중 복수의 주관사를 두고 진행 중인 곳은 6곳(선진뷰티사이언스, 모비릭스, 솔루엠, 레인보우로보틱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뷰노)이다.
2021년 주식시장 상장 1호 기록을 세우게 될 엔비티는 2012년 설립된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다.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광고판으로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서비스 ‘캐시슬라이드’로 이름을 알렸다. 네이버페이, 네이버웹툰, 북팔 등 제휴사들에 맞춤식 보상형 광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제일 먼저 입성할 업체는 솔루엠이다. 1월21~22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2월 초 상장 예정이다. 2015년 삼성전기에서 분사해 설립된 전자부품 전문 제조회사다. 티브이나 스마트폰의 파워 모듈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공모 규모 최대 기업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다. 공모 규모 3835억원(공모가 하단 기준)으로 1월 공모 12곳 전체 공모액(6807억원)의 56%에 이른다. 공모 규모 2위 솔루엠(877억원)의 4배를 웃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2015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항체의약품 개발 전문 업체다. 씨앤투스성진의 공모 규모도 비교적 큰 편으로 416억원에 이른다. 주력 제품은 차량용 에어컨 필터, 공기청정기용 필터, 청소기용 필터다.
올해 중 상장을 추진할 후보 기업 중 최대 업체는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꼽힌다. 엘지화학 배터리 사업부 분할로 지난해 12월1일 공식 출범한 신설 법인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가 40조~50조원에 이른다.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앞세워 장외 시장에서 인기를 끈 크래프톤도 올해 상장을 추진할 거물급 후보다. 지난해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와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금융기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웹툰과 음악·드라마 등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엠(음원·음반 유통, 음악 콘텐츠 제작)도 올해 주식시장 입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국내 대표 백신 기업인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도 대어급 상장 후보군에 들어 있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려면 주관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청약 증거금으로 낼 투자금을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 증권사별 청약 자격, 청약 단위, 청약 한도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려놓은 투자설명서나 증권신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모주 청약도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손실을 볼 수 있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신규 상장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종가가 하락한 비중이 32%, 상장 1개월 후 종가 하락한 사례도 49%에 이르렀다.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에도 손해를 본 경우가 있었다.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에서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핵심 투자 위험’은 꼭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제시된 공모 일정이나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영상 분석회사인 씨이랩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애초 1월(19~20일)로 예정했던 공모주 청약 일정을 2월(1~2일)로 미뤘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일정은 ‘38커뮤니케이션’, ‘아이피오(IPO)스탁’ 같은 비상장 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이나 거래소 ‘기업공시 채널’에서 확인해야 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