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이 모여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이 기업 신용공여액의 40% 넘는 금액을 부동산 관련 사업에 대출을 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일 내놓은 ‘종투사 기업 신용공여 현황’ 자료를 보면, 종투사인 증권사 8곳의 지난 6월 말 신용공여 총액은 35조원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투자자 신용공여(신용융자 및 주식담보대출 등) 20조5천억원 △기업 신용공여 14조3천억원 △헤지펀드 신용공여 2천억원 순이었다. 금감원은 종투사들이 안전하고 높은 수익이 가능한 투자자 신용공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종투사의 핵심 업무인 기업 신용공여 14조3천억원 중에서 부동산 관련이 41.6%인 6조원이나 차지했다. 중소기업 신용공여는 7조4천억원이지만, 특수목적법인(SPC)과 부동산을 제외한 순수 중소기업 신용공여는 2809억원으로 기업 신용공여의 2%에 불과했다. 반면 대기업 등에 대한 일반대출은 4조5천억원이었다. 기업 신용공여는 일반대출과 기업금융 업무 관련해 제공되는 금융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금융당국은 애초 2013년 신생기업을 위한 투·융자, 인수합병(M&A) 등 종합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종투사에 기업 신용공여와 전담중개 업무를 허용했다. 종투사들이 이런 제도 도입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질적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미미하고 모험자본 공급 등 적극적으로 위험을 인수하는 투자은행 본연의 역할 수행도 다소 미흡하다”며 “종투사로서 제공받은 인센티브에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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